국제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월드챔피언십은 전세계를 통틀어 24대의 F1 머신(경주차)이 ‘점령’하고 있다. F1 머신은 오로지 레이싱을 위해 태어난 첨단 기술의 총아. 국산 중형차 수준의 엔진 배기량(2.4리터)으로 말 750마리가 끄는 힘(750마력)을 발휘한다. 국산 중형차의 경우 최대 180마력을 낼 수 있다. F1 머신이 정지 상태에서 출발, 시속 100㎞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4초. 이 같은 ‘괴물’의 대당 가격은 1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F1 서킷에 F1 머신만 있는 건 아니다. 레이스 유도로 안전을 도모하는 세이프티 카(Safety car)를 빼놓을 수 없다. 세이프티 카는 레이스 중 사고가 나거나 악천후로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트랙에 투입된다. 레이스 중 마셜(운영요원)이 흔드는 황색 깃발은 트랙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표시이자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 있다는 것을 드라이버들에게 알리는 도구다.
18일 끝난 상하이 그랑프리에서는 유독 세이프티 카의 활약이 많았다. 레이스 시작 후 한 바퀴도 끝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고, 출발과 동시에 흩뿌려 레이스 내내 그치지 않은 비 때문에 정상적인 경쟁이 어려웠다. 덕분에 세이프티 카가 ‘실력 발휘’할 기회가 많았다. 세이프티 카 뒤를 F1 머신이 줄줄이 따르는 장면도 수 차례 나왔다. 황색 깃발이 나부끼는 동안 드라이버들은 선두에 선 세이프티 카의 속도에 맞춰 일렬로 주행해야 한다. 트랙에 위험 요소가 제거돼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서 나갈 때까지 추월도 금지다.
1973년 캐나다 그랑프리부터 세이프티 카가 등장했고, 2004년부터는 계속해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F1 세이프티 카로 나서고 있다. 최고 무대를 관리하는 역할인 만큼 자동차 마니아들이 이름만 들어도 흥분한다는 ‘슈퍼카’가 세이프티 카 계보를 이어 왔다.
올 시즌 F1 트랙을 누비는 세이프티 카는 SLS AMG 모델(사진)이다. 출발과 함께 시속 100㎞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3.8초, 최고 시속은 320㎞에 이른다. 시판은 조만간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될 예정인데, 가격은 20만 달러(약2억2,000만원)다.
상하이=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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