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미 당국에 기소된 골드먼삭스 사태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영국과 독일이 법적 대응을 공언하고 나선데다, 미 당국 및 의회에서도 골드먼삭스를 넘어 월가 전체의 부도덕한 행위를 파헤칠 태세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8일 금융감독청(FSA)에 골드먼삭스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골드만 삭스의) 도덕적 파산에 충격을 받았다”며 “금융당국이 나서야만 하고, 피해를 본 은행도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정부도 가세했다. 울리히 빌헬름 정부대변인은 “미 증권 거래소(SEC)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며 자료를 검토한 뒤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에 따르면 독일의 IBK은행은 골드먼삭스가 발행한 문제의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ㆍ일명 애버커스)에 투자했다가 1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영국의 로열 스코틀랜드은행의 경우 네덜란드의 한 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은행이 애버커스 투자로 골드먼 삭스에게 물린 8억4,000만 달러를 대신 갚아야 했다. 이들 거래로 두 은행은 파산위기에 몰렸고, 양국 정부는 무려 830억 달러를 두 은행의 구제금융으로 투입해야 했다.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기가 추락한 브라운 영국 총리는 다음달 6일 총선을 앞두고 금융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20일 지방선거가 예정된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비슷한 처지에서 골드먼삭스에 대한 압박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골드먼삭스의 사기 혐의에 대한 불통이 월가 전체로 번질 조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SEC가 월가의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도 골드먼삭스처럼 사기 행위를 일삼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엘리자 커밍스(메린랜드)의원 등은 골드먼삭스가 발행한 모든 애버커스 상품에 대한 조사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AFP통신도 “이런 사기극에 다른 금융사들도 연루됐을 수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과 맞물려 SEC의 조사가 월가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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