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의 쇼핑 중심지인 신티엔디(新天地). 이 지역 랜드마크인 홍콩신세계빌딩 1층의 락앤락 직영 1호점에 중국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중산층 주부의 필수품이 된 락앤락 보온보냉 물병을 사기 위해서다. 왕샤오친 점장은 "기능과 디자인이 뛰어난데도 일제(日製)보다 20%가량 저렴해 물병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중년 주부는 매장 입구에 진열된 88위안(1만4,300원)짜리 보온보냉물병 3개를 구입해 돌아갔다.
# 상하이 외곽 장쑤성 쑤저우의 공업원구에 들어선 락앤락 중국 공장. 한국 기자단이 방문한 17일에도 중국 곳곳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50대 사출기가 '풀 가동'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 공장의 매출액은 2억200만위안으로 전년(1억1,700만위안) 보다 54%나 늘었는데, 상하이엑스포와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 따른 특수로 올해 매출목표는 2억4,000만위안"이라고 말했다.
락앤락이 중국에서도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2002년 산둥성 웨이하이에 공장을 빌려 진출한 지 8년만에 중국 전역에 3개 생산법인과 4개 판매법인, 종업원 2,300명을 거느린 중견 중국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액도 매년 100% 가까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1,170억원에 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플라스틱 밀폐용기' 돌풍을 일으킨 이 회사가 중국에서 '제2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준일 회장은 락앤락의 성공비결을 '철저한 현지화'와 '스피드 경영'에서 찾았다. 김 회장은 "2002년 중국 진출을 결정한 뒤, 그 해 10월 공장 임대계약과 인력 채용에 들어갔고 11월부터 공장을 가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경영자인 내가 현장에서, 바로 즉시, 의사결정을 내린 덕분에 중국 사업이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장사꾼이 성공하려면 구매자, 소비자의 생각에 맞춰야 한다"며 중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춘 공략을 강조했다. 실제로 락앤락은 중국 소비자가 중국산보다는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을 신뢰하는 사실에 주목, 진출 초기에는 중국공장 생산품 대신 한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공급했으며 '러커우러커우(樂扣樂扣)'라는 중국 브랜드를 등록하고도 '락앤락' 상표와 국내 제품 포장을 그대로 사용했다.
중국 현지 경쟁기업을 압도하는 초일류 정책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이 회사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도 중국 내수용 생산기지인 쑤저우공장에 대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식품공장에 준하는 위생기준 허가를 받았는데, 이 역시 중국 주부 사이에서 '락앤락은 믿을 수 있다'는 믿음을 얻도록 했다. 김 회장은 "세계 어디서든 '현지 생산과 판매, 제품개발'의 현지화 전략에 충실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은 어렵다"고 말했다.
상하이=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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