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9혁명 50주년에 맞춰 한국사회에 정치사회적ㆍ문화적 현대성(모더니티)을 촉발한 사건으로서 4ㆍ19의 의미를 새롭게 파악하고자 기획된 <4ㆍ19와 모더니티>(문학과지성사 발행)가 출간됐다.
책에는 한국일보와 문학과지성사가 공동 기획한 소설가 최인훈-문학평론가 김치수,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대담과 함께, 문학평론가 우찬제 이광호 권명아 소영현 강계숙씨, 홍태영 국방대 교수, 이정은 성공회대 교수, 영화평론가 이상용씨 등의 글이 실렸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는 "그동안 4ㆍ19 이후의 한국사회는 민주화와 산업화, 두 가지 추동력을 중심으로 대립적으로 해석돼 왔다"며 "4ㆍ19를 한국적 모더니티의 기원으로 볼 경우 이 같은 대립적 인식을 극복하는 동시에, 사유 영역을 정치사회뿐 아니라 문화, 문학까지 넓힐 수 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홍태영 교수는 "4ㆍ19는 87년 민주화에 와서야 비로소 완성된 '미완의 혁명'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인 국민국가의 틀을 형성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홍 교수는 "3ㆍ15부정선거를 일으킨 이승만 정부를 전복하면서 국가에 대한 정치적 주권을 회복한 국민이 탄생했다"며 "4ㆍ19는 이후 한국 민주주의 세력에게 민주주의의 제도화, 국민주권의 실현이라는 이정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정은 교수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억압 아래 있던 인권 요구가 4ㆍ19혁명을 통해 분출됐음을 보여준다. 이씨는 "혁명 이듬해인 1961년 거창 민간인 학살, 제주 4ㆍ3항쟁 등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쏟아지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정부가 인권주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검찰에 인권상담소를 설치한 것도 혁명 당해의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상용씨는 4ㆍ19 직후 영화 검열제도 철폐 주장이 제기됐음을 상기시킨다.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4ㆍ19로 한국문학에 '미적 모더니티'가 싹텄다고 말한다. 근대적 개인이자 자율적 주체인 시민의 탄생은 최인훈 소설 <광장> 의 주인공 이명준이 보여주듯 자신의 규범을 스스로 창조하고자 하는 주체를 문학에 등장시켰다는 것. 또 해방 이후 학교 교육을 받은 한글세대들이 문단에 나서면서 모국어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장르에 대한 혁신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강계숙씨는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를 통해 '미적 영구혁명'을 꿈꿨던 시인 고 김수영, 언어의 해체를 통해 이데올로기 해체 작업을 진행했던 시인 고 김춘수를 예로 들며 "4ㆍ19혁명의 정신이 한국 시에 미적 전위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광장>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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