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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30년 기념전/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 그 흔적을 되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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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30년 기념전/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 그 흔적을 되짚다

입력
2010.04.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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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 2년마다 여는 '젊은 모색'전은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 나갈 젊은 작가들을 소개해온 장수 기획전이다. 1981년 '청년작가'전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래 1990년 '젊은 모색'으로 이름이 바뀌며 30년 간 총 15회의 전시를 이어왔다. 이 전시를 통해 모두 327명의 작가들이 얼굴을 알렸고, 그 중 김호석 노상균 이영배 정현 서용선씨는 몇 년 뒤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로 뽑혔다. 또 구본창 서도호 이불 최정화 이형구씨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여럿 나왔다.

요즘이야 유망 작가 발굴을 위한 전시들이 숱하게 많지만, 30년 전만 해도 화단에 아직 자리잡지 못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기획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지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젊은 모색'전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이 전시를 30년 간 지속해온 것은 미술관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 올해의 '젊은 모색'전은 새로운 작가들을 선정하지 않는 대신, 30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역대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젊은 모색 30'전으로 꾸몄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지난 30년 간 나타난 새로운 흐름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인 셈이다. 1981년 1회 전시에 참여했던 김용익(63)씨부터 2006년 14회 전시에 참여한 진기종(29)씨까지 43명의 작품 200여 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참여 작가가 '젊은 모색'에 출품했던 작품뿐 아니라 이후의 대표작과 신작도 포함됐다.

근대화가 만들어낸 대량 생산과 소비를 표현한 최정화씨의 거대한 풍선 작품 '슈퍼 플라워'가 놓인 미술관 입구를 통과하면 먼저 1980년대 '청년작가'전 시기의 작품들로 구성된 제1전시실에 닿는다. 화가 고영훈씨가 화면 가득 그린 돌 그림 '이것은 돌입니다'를 시작으로 거대하게 확대된 소파 단추를 그린 화가 지석철씨, 철길 침목을 그린 주태석씨 등 극사실주의 계열 작품들이 펼쳐진다. 나뭇가지와 생선뼈 등의 오브제를 모아 푸른색의 둥근 원을 만든 오상길씨의 설치작은 기성 화단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 1980년대 소그룹 활동의 사례이고, 시퀸(반짝이) 작업으로 유명한 노상균씨가 1987년 출품한 뿌리가 잘린 나무 밑동 그림은 그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오래된 책상 위에 펼쳐진 백과사전을 향해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내리는 이기봉씨의 설치작, 그리고 유토피아를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허망한 꿈을 8개의 관과 포르말린 냄새로 표현한 윤영석씨의 작품은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1990년대 이후의 보다 다양해진 형식적 실험들을 볼 수 있는 제7전시실은 서도호씨가 군대 인식표로 엮은 거대한 갑옷 작품 'Some/One'으로 출발한다.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의 관계를 묻는 작품으로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됐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사진과 영상 작업의 확장이 두드러져 보인다. 구본창씨가 바느질로 이어붙인 흑백 인체 사진 콜라주를 비롯해, 해외 미술관의 조각 사진을 합성해 입체화시킨 고명근씨의 작품, CCTV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대중매체에 의한 사실의 왜곡을 비판한 진기종씨의 'CNN' 등이 이어진다.

전시를 기획한 이추영 학예연구사는 "그간의 '젊은 모색'전의 성과와 의미를 돌아볼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만든 전시"라면서 "이제는 젊은 작가를 조명한다는 것 자체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상황이 된 만큼 2년 후부터는 새로운 형식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6월 6일까지. (02)2188-60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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