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이 2012년 대선에 나설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하나 올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사실상 대선 모드로 들어서기 때문에 그 사이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게 고민의 이유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개혁피로증이 최고조에 달한 정국의 유리한 흐름이 자칫 인물난으로 동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현재 드러난 공화당의 대선 인물군은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 정도다. 이들은 모두 당내에서 나름대로의 지지기반과 이념적 정통성을 갖고 있지만, 대선 무대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승리할 수 있느냐는 '본선 경쟁력'에서는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장점 뿐 아니라 단점이 분명히 노출돼 있어 보수세력의 결집을 이끌 그릇이 못된다는 것이다.
페일린은 오바마의 외교정책과 건강보험 개혁, 에너지 정책 등을 신랄하고 독설적인 언사로 비판해 보수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인사 중 가장 뜨겁게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부터 지적돼온 '자질론'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보수층은 페일린이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지만 알래스카의 조그만 도시의 시장과 주지사 2년 경력의 일천한 경력으로는 오바마와 맞서기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롬니는 페일린과 정반대다. 사업가 출신에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거친 경력은 대통령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그의 경제적 식견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선명성이다. 주지사 시절 오바마가 모델로 삼은 매사추세츠 건보개혁을 주도한 것 때문에 오바마에 대한 반감이 그대로 그에게 투영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보수혁명을 이끈 뉴트 깅리치는 정치적 감각이나 경력, 논리, 대중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두 차례 이혼과 그 과정에서 터져나온 섹스스캔들은 떨치기 힘든 개인적 업보로 지적된다. 미네소타의 재선 주지사 폴렌티는 오바마와 동갑(48세)인 신진으로 공화당의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차세대 지도자로 인정받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한 게 흠이다.
이달 초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남부공화당지도자회의(SRLC)도 이들에 대한 후보 검증으로 논란이 뜨거웠다. 지지와 반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후보들에 대한 보수세력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공화당의 숙제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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