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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 못 믿는 일본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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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 못 믿는 일본 젊은이들

입력
2010.04.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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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일본의 제휴사 요미우리(讀賣)신문과'한일공동 여론조사'를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17일자에 두 신문이 동시 보도한 올해 여론조사까지 모두 7차례 실시한 조사 내용은 매회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고 포함된 질문이 하나 있다. '현재의 한일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 나쁘다고 생각하느냐'이다.

일본 20대 한국 불신 59%

한국은 이 질문에 '좋다'는 답이 많았던 적이 한번도 없다. 올해 조사에서도 '나쁘다'가 72.4%로 '좋다(25.6%)'를 압도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멀어졌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이 비율은 역대 조사의 평균치에 가깝다. 직전인 2007년 조사에 비하면 나빠지긴 했지만 최근 독도 관련 일본 교과서 문제나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국에서 과거사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예상 외로 감정을 절제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본은 독도 문제로 한일관계가 요동 쳤던 1996, 200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좋다가 더 많았다.

눈 여겨 볼 것은 한일 관계에 대한 여러 평가에서 한일 모두 연령대별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20대는 한일 관계가 좋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평균보다 11%포인트나 높은 35%, 나쁘다는 반대로 11%포인트 낮은 62%로 상대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이었다. 이에 비해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70세 이상은 좋다가 11%, 나쁘다가 83%나 됐다.

일본을 신뢰할 수 있는가, 향후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볼 수 있다. 한국의 20대는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답이 30%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향후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비율도 20대는 전체 평균보다 10%포인트 높은 30%로 나타났다. 한국 젊은이들의 일본에 대한 평가가 전체 여론에 비해 우호적이라는 점은 일왕의 한국 방문에 대한 의견에서도 드러난다. 70대 이상은 반대가 47%로 찬성을 웃돌았지만, 20대는 찬성이 61%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반대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한국에 비우호적인 경향을 보였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다가 45%로 신뢰할 수 없다(41%)보다 높았다. 하지만 20대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가 59%로 60대(44%)나 50대(40%)보다 훨씬 높다. 향후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비율 역시 전체가 37%이지만 20대는 18%에 불과해 연령대별로 최저로 나타났다.

대한 인식 개선 정책 필요

한국인의 부정적인 대일 감정은 독도나 역사교과서 문제를 계기로 일본의 한반도 지배라는 부(負)의 기억이 재생산되는 한 영원히 청산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다고 양국 관계가 절망적인 건 물론 아니다. 한국 경제가 일본보다 우위이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일본인이 55%나 된다.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인식도 그만큼 바뀌고 있다. 일본에 증오와 열등감만 안고 있던 한국인도 점점 그들을 라이벌이나 동반자로 보는 눈을 갖게 됐다. 한국 젊은이들의 대일 인식이 이런 양국 관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한국을, 또 한일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본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 20대의 인식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가, 또 민간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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