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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거 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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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거 복지부동

입력
2010.04.1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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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산타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말에 성탄절이 다가오면 평소보다 부모님 말씀에 더 순종했던 기억이 있다. 평가를 앞두고 조심스러워 지는 것은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정책 결정이 지연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특히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국유재산 관리체계 개선, 공기업 표준연봉제 도입 등의 개혁 조치가 선거 이후로 미루어지고 있다 .

정책 미루는 비용 너무 커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경향은 이미 작년부터 감지되었다. 국토해양부는 부산과 경남 밀양 중 한 곳을 신공항 입지로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루고 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이 올 상반기까지는 힘들다고 한 것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보도이다. LH(토지주택)공사의 지방이전 방식도 당초 작년 말까지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진주와 전주의 신경전 때문에 연기되었다는 관측이 많다. 심지어 금융통화위원회가 6월까지는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거란 말까지 나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로는 더욱 많을 것이다.

행정이 정치에 영향을 받는 현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결정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기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첫째, 지연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몇 달 늦게 시작하는 것이라면 지연 비용이 크지 않다. 그러나 소요 예산이 늘어나거나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에 따른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는 사안별로 정책 결정의 지연에 따른 비용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

둘째, 구체적인 정치적 부담이 있지도 않은데 무조건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다. 신공항 입지선정이나 LH공사 지방이전은 지방선거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공직사회에는 청와대에서 논란이 될만한 사안은 아예 피하자는 복지부동이 만연하고 있다. 이것은 선거 과민이다. 정부는 논의를 보류 중인 사안을 잘 선별하여 원래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셋째, 너무 일찍부터 선거를 고려하는 것도 문제이다. 선거 두 세 달 전부터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나타난다면 민주주의 비용으로 참을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5년 임기 중 3~4 차례 전국적 선거와 여러 번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길지 않은 임기 중 2년을 선거 복지부동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은 지방선거와 대선으로 정부가 거의 일손을 놓고 있었던 한 해였다. 총선과 대선이 몰려 있는 오는 2012년은 달랐으면 한다.

넷째, 개혁 과제의 경우 결정 지연으로 추진력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혁이란 자동차와 같아서 시동을 걸지 않고 미등만 켜 놓고 방치하면 배터리, 즉 추진력이 방전되어 다시 시동을 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쇠뿔도 단숨에 빼라는 말은 개혁에도 철칙이다. 지금이라도 향후 추진 일정을 명확히 하여 개혁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신 국정' 격려하는 관행을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와대가 달라져야 한다. 소신껏 국정을 펼 수 있는 주도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공무원들이 이러한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고자 하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문제를 풀 열쇠는 언론과 국민이 가지고 있다. 장기적인 국익과 원칙을 위해 선거를 앞두고도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청와대에 큰 박수를 보내자. 그래야 선거 때마다 허송세월 하는 관행이 사라진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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