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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외부폭발 가닥/ 의혹 증폭·美입장 변화에 적극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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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외부폭발 가닥/ 의혹 증폭·美입장 변화에 적극 대응

입력
2010.04.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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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대해 17일 첫 반응을 내놨다. '군사논평원의 글'이라는 형식을 빌린 공식 입장은 예상대로 "북한 관련설은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남측 당국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북한은 대남 군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원' 이름으로 입장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다. 북측이 사고 발생 이후 22일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뒤늦은 반박 의도에 관심이 모아졌다.

우선 점차 확산되는 '북한 연루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천안함 함미 인양 직후인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이 "외부 폭발이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혹의 시선은 북측으로 급속히 옮아가는 분위기였다. 북측이 논평의 상당 부분을 그 동안의 침묵 이유에 할애한 점도 악화하는 대북 여론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입장 변화도 북측을 다급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천안함 사고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한 만큼 북한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만 시인하는 꼴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 담당 차관보는 15일 "(북한이 연루됐을 경우)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14일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이 북핵 6자회담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고 직후 "북한 개입설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크롤리 차관보)는 반응을 보였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이다.

우리 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도 감지된다. 논평은 사고 발생 초기 "북의 공격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청와대의 발표 내용과 함께 내부폭발설, 암초충돌설, 피로파괴설 등 그 동안 남측 언론이 제기해온 사고 원인도 자세히 인용했다. 남측 당국 스스로 북측의 개입 여지를 부인했다가 여론몰이를 통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북의 개입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남북관계도 당분간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과 87년 KAL 858기 폭파 사건 등 과거 무력 도발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을 때에도 사건 연루를 전면 부인하며 남측과 상당 기간 동안 신경전을 벌였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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