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3패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현대캐피탈이 막판 폭풍 같은 뒷심을 발휘하며 챔피언결정전을 7차전으로 끌고 갔다. 챔피언결정전 전부터 "7차전까지 간다"고 장담했던 김호철 감독의 예언이 그대로 현실화 한 셈이다.
1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09~10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프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3-2(22-25 25-20 25-21 16-25 15-7)로 따돌리고 3승3패 동률을 이뤘다.
범실이 승부를 갈랐다. 삼성화재는 오히려 현대캐피탈의 장점인 블로킹싸움에서 우위(15-11)를 보였으나 범실을 상대보다 15개가 더 많은 31개를 쏟아내며 무너졌다. 현대캐피탈은 박철우(16득점)와 하경민(13득점) 이선규(10득점)등이 공격을 이끌었다. 삼성화재 가빈은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38점)을 올렸으나 범실을 15개 저질러 눈총을 받았다.
1세트를 빼앗긴 현대캐피탈은 2세트에서 상대 범실에 편승해 초반부터 11-5, 6점차로 앞서나가 결국 25-20으로 세트를 따냈다. 3, 4세트는 범실로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캐피탈이 3세트에서 범실 2개에 그친 반면 삼성화재는 9개로 자멸했다. 매 경기 교체멤버 없이 풀가동하고 있는 가빈(11득점 3범실)은 누적된 피로로 인한 체력 고갈로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가빈의 파괴력이 저하되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가빈을 센터로 기용하는 변칙 전술을 쓰기도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4세트는 3세트와는 정반대의 장면이 연출됐다. 현대캐피탈이 범실6개를 저질렀지만 삼성화재는 3개에 그쳤다. 집중력이 되살아난 삼성화재는 블로킹 득점도 6개를 따냈다.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는 현대캐피탈의 40세 노장 헤르난데스의 불꽃 강타가 내리 꽂히면서 승부의 추가 현대캐피탈쪽으로 기울었다. 11-5, 6점차로 벌어지자 적지 대전충무체육관은 현대캐피탈의 홈 구장으로 변모한 듯 원정 응원 온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마음을 비웠다. 7차전까지 온 것만으로도 선수들한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날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챔프전에서는 KT&G가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KT&G는 현대건설을 3-0(25-20 25-17 25-2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건설은 압도적인 성적(23승5패)으로 정규리그를 마쳐 첫 우승 꿈에 부풀었으나 큰 경기에서 노련미가 부족해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KT&G 박삼용 감독은 "99년 GS칼텍스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한 뒤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콜롬비아 특급' 몬타뇨는 기자단 최우수선수 투표에서 총 37표 중 29표를 휩쓸어 김사니(7표)를 제치고 MVP로 뽑혀 상금 500만원도 받았다.
대전=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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