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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사기 펀드' 월街 줄소송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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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사기 펀드' 월街 줄소송 신호탄

입력
2010.04.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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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가 투자자들에게 파생 금융상품을 팔면서, 자신은 해당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쪽으로 돈을 걸고 투자했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수록 그 상품을 판 금융회사는 거액의 수익을 내게 되는 구조가 된다. 당연히 고객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이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은행 지주회사로 바뀐 골드만삭스가 바로 이런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져 사기혐의로 기소됐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월스트리트(월가)의 오랜 악습에 법의 잣대를 처음 들이댄 것이어서 파장이 금융계 전체에 미칠 전망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인 '아바커스(ABACUS)'를 판매하면서, 부당한 내부거래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큰 손실을 입힌 혐의로 이 회사 법인과 부사장 1명을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상품을 설계한 업체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폴슨 앤드 코(Paulson & Co) 였지만, 상품 판매는 골드만삭스에서 이루어졌다. SEC는 "투자자들을 대표한 것은 골드만삭스이지 폴슨이 아니다"고 말했다.

폴슨이 설계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들은 상품 출시 후 몇 달 만에 99%가 등급이 강등했고, 상품 하락에 돈을 건 폴슨은 고객들이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을 잃는 동안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 폴슨은 2008년 미국의 주택가격 폭락을 정확히 예측했는데, 고객들을 반대 방향으로 이끈 뒤 자신들은 돈을 챙긴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폴슨과 업무계약을 하면서 약 1,500만 달러(약 167억원)를 받았다. 골드만삭스 측은 "SEC의 기소는 법률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며, 회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기소내용을 반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월가의 비도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사건은 곧바로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5.91포인트(1.13%) 급락한 11,018.66에 마감됐다. 골드만삭스 주식은 13%나 폭락했다.

노스이스턴 대학 로스쿨 제임시 해크니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금융계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고,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월가에 대한 의혹들이 사실이었음을 확인시켜 줬다"며 "그 반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실제 독일 정부는 자국 은행들이 관련 투자로 많은 손실을 본 사실을 확인하고, 골드만 삭스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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