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 군수의 '현금 2억 원 선물봉투'사건은 우리 정치와 선거 공천이 불법과 비리의 구태를 벗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지방선거 재공천을 노린 현직 군수가 같은 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돈 보따리를 건넸다가 뒤쫓아간 의원 측의 신고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경위는 마치 정치 풍자극을 보는 듯하다. 다른 유력 후보의 부상으로 마음이 다급한 처지였다지만, 다른 곳이라고 이런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각 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려오던 판국이다. 금품 거래설과 사전 내정설 따위가 난무하면서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물론 공천 가능성이 희박해진 예비 후보들이 막무가내로 불만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공천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유권자는 드물다. 여주 사건도 유별난 국회의원 때문에, 시쳇말로 임자를 잘못 만나 불거진 사례로 여기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의 불법과 비리를 동원해 공천을 따내고 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이 취할 행보가 어떨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인허가 권한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의 불법행위로 사법 처리돼 중도 하차한 단체장이 이번 민선 4기에서만 전체의 15% 안팎에 달한다.
현재 주요 정당은 시ㆍ도별 공천 심사위와 운영위, 나아가 국민공천배심원단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공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공천 심사위 구성에서부터 중앙당의 최종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여전히 시스템이 아닌 인적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인 것이다. 정치 부패는 필연적으로 행정 비리를 낳는다. 이런 악순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정치 풍토의 개선과 건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은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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