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흐 카친스키(61) 폴란드 대통령 내외 등 96명을 태운 러시아제 Tu-154 항공기가 10일 오전 10시 56분(현지시간)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 추락,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시도 이유 등 사고원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로 쓰인 Tu-154의 조종사는 이날 목적지인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의 짙은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네 차례나 착륙을 시도하다 결국 기체가 나무에 부딪히면서 땅에 곤두박질쳐 폭발했다. 외신들은 대체로 안개 등 기상 악조건에도 불구, 공항 관제사의 회항 지시를 거부하고 착륙을 강행하려 한 조종사의 무모함을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조종사가 세 차례나 실패하고도 재차 무리한 착륙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불가피한 다른 사정이나 대통령 음해를 위한 사전모의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안전이 최우선인 대통령 전용기 조종사가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 추락한 비행기가 수 차례 고장 전력에도 불구, 예산 부족으로 교체가 미뤄졌던 20년 기령의 노후기였던 데다 처음 착륙을 시도할 때부터 이미 연료를 버리고 있었다는 설이 퍼지면서 기체결함에 의한 사고 여부도 주목된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로선 테러 흔적은 없다고 보면서도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를 회수한 만큼, (테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와 중앙은행 총재, 군 참모총장, 하원 부의장 등 폴란드 주요 인사가 포함된 96명은 이날 '카틴 숲 학살사건'추모식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 떨어진 스몰렌스크로 향하던 중이었다. 카틴 숲 학살사건은 1940년 구 소련 비밀경찰들에 의해 폴란드인 2만2,000명이 살해당한 2차대전 최악의 비극 가운데 하나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