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의 통신시장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KT가 이달 말에 가족끼리 통화하는 휴대폰 및 유선전화 요금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가족간 무료 요금제를 내놓는다. 무선의 강자 SK텔레콤이 유선전화 망내 무료요금제로 KT의 아성인 유선통신 시장을 공략한 것에 대한 응수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가족이 모두 KT의 유ㆍ무선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가족간 유선전화나 휴대폰 통화에 한해서 요금을 받지 않는 가족간 무료 요금제를 이달 말에 내놓기로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약관 승인을 신청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 KT 가입자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간 무료 통화를 위해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효과가 있다. KT의 속내는 유선통신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SK텔레콤으로부터 자사의 유선전화 가입자를 보호하고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빼앗아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결정은 최근 SK텔레콤이 유선통신 재판매 사업을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SK텔레콤은 9일부터 유선통신 재판매 사업자로 등록하고 각 대리점에서 유선통신 상품인 SK브로드밴드의 유선전화 망내 무료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망내 무료요금제는 집전화나 인터넷전화(VoIP)를 이용해 가입자끼리 통화할 경우 월 100시간에 한해 시내, 시외전화 상관없이 돈을 내지 않는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이 요금제에 한해서 유선전화 사상 처음으로 초당 과금제를 이달부터 적용했다. 초당 과금제란 기존 유선전화가 3분당 39원을 부과하는 것과 달리 10초당 2.17원을 부과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월 100시간의 무료 통화 시간도 늘어난다. 3분 과금제는 10초만 통화해도 3분을 통화한 것으로 계산했으나, 초당 과금제에서는 정확히 10초만 계산하기 때문에 3분 과금제보다 2분50초를 더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은 모두 KT를 겨냥한 것이다. SK 입장에서는 유선전화 시장의 90%를 KT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파괴 등 공격적으로 나가도 잃을 게 많지 않아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정체된 유선통신 시장에서 가입자를 움직이려면 공격적인 상품이 필요하다"며 "매달 600억원 가량 유선전화에서 적자를 보는 KT로서는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통신 시장 공략은 SK브로드밴드보다 SK텔레콤이 더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아예 유선통신 재판매 사업자로 나섰다. 유선통신 재판매란 SK브로드밴드로부터 유선통신 상품을 도매가격에 구입해 자사 상품처럼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SK텔레콤 대리점에서 SK브로드밴드의 유선통신 상품을 취급했기 때문에 표면상 똑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큰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유선통신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위탁 수수료를 받는데 그쳤지만, 재판매의 경우 SK텔레콤이 유선통신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고스란히 매출로 잡힌다. SK브로드밴드로부터 구입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에 맡기지 않고 유선통신 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이달 말부터 망내 무료 요금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우선 각 대리점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상표인 'T'와 SK브로드밴드의 유선통신 상표인 'B'를 결합한 'T & B'광고판을 세워 KT의 '쿡 앤 쇼'를 견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KT는 가족간 무료 요금제로 적절히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KT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유선전화 가입자가 많지 않아서 사실상 무료 통화 혜택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KT를 겨냥한 공세라는 점이 눈에 보이는 만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