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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컴퓨터 글쓰기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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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컴퓨터 글쓰기의 맹점

입력
2010.04.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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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글쓰기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지금도 원고지와 연필을 고집하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워드 프로그램은 신통한 기능이 많은데, 특정 부분을 복사해서 이리저리 통째로 옮겨 붙일 수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바람에 글쓰기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 책 두 권을 봤다. 지난 주 신간인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차이나> ,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짚어낸 이번 주 신간 <앱티즌>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두 권의 책에는 특정 문장이나 단락을 마우스로 긁어다가 다시 쓴 듯한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종이에 손글씨로 쓸 때는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는 행위는 생각을 한번 더 걸러서 같은 말이라도 새롭게 표현하는 수고를 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 차이나> 를 나이스비트의 1982년 저서 <메가트렌드> 와 비교하면 밀도가 약해 보인다. 그 원인이 혹시 글쓰기 도구와 방식이 달라져서가 아닐까. <앱티즌> 은 스마트폰이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앱티즌을 주목하고 그들의 속성과 그들이 가져올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주제와 시각이 신선해서 좋은 데 비해 문장의 호흡이 얕거나 더러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기도 한다. 크게 흠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쉽다.

글쓰기는 일종의 필터링이다. 쓰는 동안 생각을 다듬고 문장을 다듬게 된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도 초안은 반드시 종이에 손글씨로 메모하는 철학자도 있다. 워드 프로그램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글쓰기가 헐렁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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