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글쓰기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지금도 원고지와 연필을 고집하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워드 프로그램은 신통한 기능이 많은데, 특정 부분을 복사해서 이리저리 통째로 옮겨 붙일 수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 바람에 글쓰기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 책 두 권을 봤다. 지난 주 신간인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차이나> ,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짚어낸 이번 주 신간 <앱티즌>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두 권의 책에는 특정 문장이나 단락을 마우스로 긁어다가 다시 쓴 듯한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종이에 손글씨로 쓸 때는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쓰는 행위는 생각을 한번 더 걸러서 같은 말이라도 새롭게 표현하는 수고를 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앱티즌> 메가트렌드>
<메가트렌드 차이나> 를 나이스비트의 1982년 저서 <메가트렌드> 와 비교하면 밀도가 약해 보인다. 그 원인이 혹시 글쓰기 도구와 방식이 달라져서가 아닐까. <앱티즌> 은 스마트폰이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앱티즌을 주목하고 그들의 속성과 그들이 가져올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주제와 시각이 신선해서 좋은 데 비해 문장의 호흡이 얕거나 더러 비슷한 표현을 반복하기도 한다. 크게 흠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쉽다. 앱티즌> 메가트렌드> 메가트렌드>
글쓰기는 일종의 필터링이다. 쓰는 동안 생각을 다듬고 문장을 다듬게 된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도 초안은 반드시 종이에 손글씨로 메모하는 철학자도 있다. 워드 프로그램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글쓰기가 헐렁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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