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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감각의 역사' 19세기 유럽인들은 왜 발레를 더 좋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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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감각의 역사' 19세기 유럽인들은 왜 발레를 더 좋아했을까

입력
2010.04.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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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스미스 지음ㆍ김상훈 옮김/성균관대출판부 발행ㆍ300쪽ㆍ1만8,000원

인간의 감각에 대한 박물지다. 외부 세계가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때 거치는 다섯 가지 관문_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져 느끼는 인식의 기능_을 사유의 마당으로 삼았다. 저자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사학과 수훈교수 마크 스미스는 물리학, 생물학이 아니라 인문학의 프리즘으로 감각을 들여다본다. 책의 뼈대를 한 문장으로 발라내면 '감각은 보편적이지 않고 특정한 사회적 정황 하에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라는 것. 감각에 대한 문화인류학, 혹은 역사학 개론서다.

인간은 감각의 연속 속에 살아 간다. 그런데 언어와 논리를 통해 조직된 세계를 의심하기는 쉬워도 감각을 통해 즉물적으로 받아들인 세계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목련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자신의 눈과 뇌 사이의 알고리즘을 궁금해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감각은 보편적이고 역사 초월적'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는 셈인데, 이 책은 그 묵계를 꼬치꼬치 따져 물어 결국 허물어뜨린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간의 오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며 표변하는 감각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이른바 '감각의 서열'이다. 이 책은 오감이 시대에 따라, 또 공간에 따라 어떻게 다른 대접을 받는지를 고찰해 감각의 역사성을 분석한다.

시각을 예로 들어보자. 근현대에 가장 고귀한 감각으로 인정받는 시각의 과거는 지금과 달랐다. 16세기 이후 유럽 궁중에서 시작돼 대표적 무용이 된 발레는 철저히 시각적인 춤으로 훈련 과정에서도 거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본래 유럽인들이 즐기던 춤은 소란스럽고 흔들림이 심한 나막신춤이었다. 미술도 마찬가지. 18세기 말까지 관람객은 예술품을 만지며 질감과 무게를 느꼈지만,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예술품은 오로지 눈으로 감상해야 하는 것으로 변했다. 의학에서도 이 시기 들어 환자의 안색과 소변의 색깔 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저자는 시각이 이처럼 주도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을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자연과학 시대의 도래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합리성과 이성의 감각적 요소들이 본래 '믿을 만한' 감각인 시각에 예속된 것이고, 인쇄술을 발달로 이런 경향은 강화됐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오감의 서열 구도는 사뭇 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같은 시대 중국에서는 시선과 소리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였고, 중남미에서는 시각, 후각, 청각이 연계된 공감각을 중요하게 여겼다.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의 서열이 곧 감각의 역사성을 증명한다는 논지다.

책은 오감에 대해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해 사회계급, 인종, 성, 제국주의, 자아에 관한 의식, 타자의 개념 등이 어떻게 각 감각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또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이 감각을 통해 새로운 방향과 의미로 해석돼 왔음을 드러낸다. 태고의 시대부터 21세기까지, 고대 기독교 세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까지를 넘나들며 살아있는 역사로서 인간의 감각을 조명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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