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오르는 황금평·위화도 개발, 경공업 단지냐 물류·위락 단지냐
"중국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에서 북한 평안북도 용천과 남의주 중간 지점에 이르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면 신의주를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개방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대교 완공은 5년 내 가시화할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신호탄이다. 그 때가 오면 신의주에 봉제공장을 세울 것이다(강훈열 단둥은비복장유한공사 대표)."
지난달 29일 압록강을 경계로 신의주 지역과 마주한 단둥시 남동쪽 랑터우(浪頭)의 임항산업 신개발구. 중국의 유대인으로 통하는 원저우(溫州) 상인들을 중심으로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기업들이 몰려들어 3,000만평의 신개발구를 중국 동북지역의 첨단산업ㆍ연구개발(R&D)ㆍ금융ㆍ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단둥시 신청사가 들어설 신개발구를 소개하던 시 관계자는 "최근 개발열기로 이곳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며 "10월 착공예정인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면 전체 북중 교역량의 70%를 소화하는 단둥-신의주간 교통망이 개선돼 양국 교역량이 크게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 신 경제중심을 목표로 한 단둥 신개발구는 한 눈에 봐도 압록강을 경계로 이웃한 신의주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했다. 우크라이나 등 구 공산권 국가들의 국가경제발전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미국 경영전략 컨설팅업체 AT커니차이나의 곽동원 파트너는 "향후 북한 신의주의 경제개발 전략은 든든한 단둥을 배후 산업단지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선다"며 "'굴기(崛起: 박차고 우뚝 섬)'하는 단둥의 경공업중심 경제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아, 신의주를 단둥의 임가공 산업단지로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최근 신의주 위화도ㆍ황금평의 50년간 임대 개발권을 중국에 부여했다. 북한은 현재 자본과 개발능력이 없는 만큼 황금평과 위화도를 중국에 먼저 자유무역지구로 개방한 후 신의주의 경제개발을 점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포석이다. 중국과 육상으로 연결된 황금평과 위화도를 선도 실험지구로 삼아 급작스러운 개방 충격을 줄이면서 일단은 임대수익만을 챙기려는 것으로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의 미래 사업가능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북한 외자유치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국가경제개발 계획에 따르면 신의주는 경공업ㆍ방적 산업 육성지역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단둥의 임항 신개발구가 시계와 자동차 부품, 정밀기계 등 경공업 중심지인 만큼 신의주는 황금평과 위화도를 단둥의 경공업 임가공 지대로 키울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측은 그보다는 수출가공ㆍ 보세물류기지나 호텔, 골프장, 도박장 등 위락단지로 개발하려는 입장이다.
이들 지역에 대한 임대개발권을 확보한 랴오닝성과 단둥시는 조만간 중국 민영기업을 선정, 이 기업이 직접 투자유치 등 개발권을 행사하게 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4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엄연한 현실에서 지방 정부가 대북 투자에 직접 나서기 어려워 형식상 민영기업이 모든 운영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단둥시 고위관계자는 "황금평과 위화도를 단둥의 배후산업기지로 삼아 국제문화교류센터, 국제물류단지, 위락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개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사진에 대한 현지 대북무역상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냉랭했다. 한 무역상은 "위화도는 수심이 얕아 배가 다닐 수 없고 전력공급과 인력수급도 안 되는 척박한 환경에 있다"며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 사회기반 시설과 산업공단 조성을 하려는 기업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로선 단둥 신개발구 투자가 유리하지 체제불안 요소가 큰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비교우위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단둥 임항신구에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황금평에 대해서는 골프장이나 도박장 등 위락사업 유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이 같은 수요는 북한의 개발전략과는 달라 받아들여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양진 중국삼성 북한사업담당 전무는 "단둥 임항신구 투자개발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황금평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북한 신의주 개발이 속도를 낸다면 결국 북중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중국은 이 같은 경쟁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의주 개발은 정치ㆍ경제적으로 북중 간 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두만강 유역 라선특별시와 황금평을 중심으로 한 신의주 경제개발에 필요한 해외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하다. 우선 '3통(통행ㆍ통관ㆍ통신)'의 보장이 문제다. 또 경제개방의 平ㅌ봉?보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경제전문부처 신설 및 통폐합 등 내각 조직개편과 자본주의 이윤창출 마인드를 가진 인재등용, 투자법규의 개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호적 국제관계이다. 결국 핵문제 해결 없이는 해외투자유치 등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단둥ㆍ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 김인영 한림대 교수 "통행·통관·통신 자유 막으면 개성공단 실패 전철 밟을 것"
북한의'특구'개방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일까.
김인영(사진) 한림대 교수는 15일"우선적으로'3통(통행ㆍ통관ㆍ통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이 필패(必敗)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3통의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기업활동의 자유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임금만 올려달라고 한다"며 "북한의 투자유치는 역시 평양에서 라선시에 접근하는 통행의 자유, 외환보유와 송금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체제 유지가 목표인 북한 정권이 이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어서 북한이 어디를 개방해도 효과가 의심스럽다"며 "북한이 올해 초 라선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하며 투자유치를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9년에도 '라진ㆍ선봉 경제무역지대' 투자관련 법규를 개정했지만 법은 바뀌어도 기존 관행이 바뀌지 않아 외국인 투자유치에 실패했다. 김 교수는 지금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중국의 경우 개방 초기 미국 등 서방세계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고 베트남 역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해외투자를 본격 유치할 수 있었다"며 "북한도 국제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 장롄궤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대북제재로 자금·물자 부족 선군정치 유지 위한 외화벌이"
북한이 해외투자유치 등 대외 개방에 나서고 있는데 그 진정성은 과연 신뢰할만한가.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장롄궤이(사진)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15일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선군정치 강화"라며 "일각에서 기대하는 중국식 개혁개방에의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장 교수는 "라진항의 대(對)중국 개방과 조선대풍그룹, 국가개발은행 출범 등 최근 일련의 북한 경제프로젝트 배후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며 "특히 외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유엔 추가제재 이후 외화가 고갈돼 선군정치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의 금강산 관광, 경협사업이 중단되고 일본 조총련계로부터의 자금조달도 막힌 데다 무기수출마저 유엔 제재로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수출액은 예년의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군혁명 노선의 관철을 담당하는 북한 국방위원회가 직접 투자유치를 통한 외화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 개발계획에서 탈퇴한 것은 라진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중국의 바닷길을 자국의 통제하에 있는 라진항으로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가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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