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지음ㆍ심규호 등 옮김/에버리치홀딩스 발행ㆍ580쪽ㆍ2만6,500원
중국 북방의 도시는 남성적이다. 베이징은 위엄이 있으면서도 자상한 아버지 같고, 시안, 란저우, 타이위안, 지난, 뤄양은 큰오빠쯤으로 생각된다. 반면 남방의 도시는 여성적이다. 항저우는 대갓집 규수, 쑤저우는 가난한 집의 예쁜 여식, 난징은 귀족 가문의 봉호를 받은 부녀, 청두는 갓 시집간 여자, 샤먼은 아직 성에 눈뜨지 못한 소녀…. 넓은 땅 대륙의 도시들은 다양한 특색을 갖고 있다.
국내에도 책이 여럿 번역돼 잘 알려진 역사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이중톈(易中天) 중국 샤먼대 교수가 쓴 <독성기(讀城記)> 는 제목 그대로 중국 도시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저자의 도시 읽기다. 2,900여 개의 중국 도시 가운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 샤먼, 우한, 선전 등 7개 도시를 골라 그 역사부터 현재 주민들의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탐구하고 있다. 대륙의 동서남북을 대표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가진 도시들을 골랐다. 독성기(讀城記)>
저자는 수도 베이징의 도시 성격을 성(城)으로 규정한다. 겹겹이 둘러쳐진 성벽과 톈안먼(天安門) 등 수많은 문이 있다는 점이 정치, 군사의 중심지임을 상징한다. 계급과 문으로 격리되는 도시라 사람들은 기세가 등등하고 입심이 세며 당당하다고 한다.
최대의 경제 중심지 상하이는 흔히 '상하이탄'(灘ㆍ여울)으로 불린다. 그 이름처럼 물가에 있고 드넓으며 개방돼 있다. 따라서 신분의 귀천이 없고, 사람보다 돈이 먼저다. 상하이 시민의 생활은 어딘지 우아해 보인다. 베이징의 풍격이 당당한 기개라면, 상하이의 풍격은 고상함이다.
성(城)다운 성이 없는 광저우는 시(市)다. 가장 시장화된 도시라는 의미다. '먹을거리 하면 역시 광저우'(食在廣州)라는 말이 있듯이 요리가 으뜸이다. 광주의 풍격은 신선함과 생동감이다.
청두는 천부(天府)다. 부(府)는 원래 문서나 재물을 저장하는 곳을 뜻하는 말. 비옥한 광야가 천리나 뻗어있고 축적된 재물이 넉넉해 대륙에서 가장 여유로운 도시다. 먹을 것, 입을 것을 찾아 분주하게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기에 사람들이 통쾌하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나날이 놀라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중국 도시들의 물리적 특성을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