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합동조사단이 16일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해 외부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 언급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외부 폭발=북한 연루'로 등식화하지 않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외부 폭발도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물증이 뒷받침되는 결론이 나오기 전에는 어떠한 예단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김태영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규정했듯이 정부 내 긴장도는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
신중한 정부의 기조는 책임 소재를 명쾌하게 밝히기 전에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미국 등 외국의 전문가들을 조사에 참여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거 없이 북한을 몰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천안함 사건은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자신들의 대북적대 정책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모략 자작극"이라고 교양하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열린북한방송이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고 원인이 규명되면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사고 수습 후 감사원을 통해 군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서도 정부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 연루가 입증됐을 경우의 파장과 후폭풍에 주목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부처별로 북한 연루가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북한 연루가 입증될 경우 이번 사안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하는 방안 등을, 통일부는 납북관계를 전면 동결하는 등의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경우 이미 유엔의 제재 하에 있는 북한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마냥 버틸 것이다. 개성공단 이외 남북협력사업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남측의 유효한 대북 제재수단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런 대응들이 국민 정서를 충족시킬지, 실제 북한에 위협이 될지 등은 미지수이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막상 북한 연루가 입증된 뒤 국제적 제재에 나선다면 그걸로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다고 평가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사한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로서는 여러모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