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새해 첫 출근하는 날부터 폭설로 난리를 치르더니 유난히 한파도 심하고 눈도 많이 내린 겨울을 보냈다. 지금은 4월 중순인데 아직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 겨울의 잔상을 강하게 남기고 있는 듯하다.
'꽃샘추위'는 꽃이 필 무렵인 지금과 같은 시기에 추위가 겨울 날씨처럼 매섭고 차다는 우리 고유 말이다. 봄이라고 쉽게 긴장을 풀지 말고 서서히 봄을 맞이하라는 옛 조상들의 생활 속 지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2008년 하반기에 시작한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매서운 한파 속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재빠른 '방한(防寒)' 대처로 우리나라는 큰 위기를 잘 넘기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9위권으로 도약했고, 전 세계 수출시장의 3%를 우리나라 제품들이 차지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수출이 봄을 맞이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최근 주요 국가들의 동향을 보면 요즘 날씨와 같은'꽃샘추위'를 떠올리게 되는데, 경제 위기 속에 움츠렸던 주요 경쟁국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올 한해 수출시장에서 우리기업이 겪을 '꽃샘추위'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수출보험기관의 연례회의에 참석해 수출보험ㆍ금융 확대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수출보험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격을 준비 중인 미국기업들이 수출보험이나 금융의 지원 사격을 받을 경우에 그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도 수출확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해 세계 수출 1위의 여세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중국도 수출보험기관에 대해 대규모 자금 확충 방안을 추진하는 등 경제위기 이후 더욱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 조차도 위축된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국 수출기업에 대한 정부의 수출보험과 금융지원을 다시 재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개발도상국의 전형적 경제성장 전략으로만 여겨졌던 수출 확대 지원전략을 주요 선진 국가들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불어 닥칠 매서운 '꽃샘추위'를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해야 하는지가 우리 앞에 놓여진 또 하나의 과제로 생각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경제위기의 한 가운데서 지혜를 모았던 1년 반 전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유창무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