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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은행세 도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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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은행세 도입 추진

입력
2010.04.1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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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 '괘씸죄' 서울 G20서 판결 낸다

"사람이 태어나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1798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 中

위에 있는 문구는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한 그 누구도 세금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세금이란 죽음만큼이나 끔찍한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마시대에는 세금을 징수하던 관리(세리)가 가장 천한 직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왜 은행세인가?

누구에게나 푸대접 받는 세금을 은행들에게 더 물리려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은행세' 도입 논의다. 물론 은행들도 이익이 나면 세금(법인세)을 내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는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렇다면 왜 억울하게 은행들만 이중과세의 부담을 져야 할까. 그것은 2008년에 시작된 금융위기가 바로 은행들의 무분별한 영업행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에 큰 손해를 끼쳤으니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 또 세금을 부과하면 은행들이 예전처럼 마구잡이식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논리가 은행세 도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은행세는 이미 스웨덴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국제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브라운 영국 총리가 은행세 국제공조를 제안하면서부터다. 올 1월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슷한 성격의 '금융위기 책임세(일명 오바마세)'를 제안했고, 최근에는 독일과 프랑스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국 각색(各國 各色)

하지만 전 세계적인 도입논의에도 불구, 은행세의 구체적 내용은 각국마다 큰 차이가 있고 모호한 점도 적지 않다. 첫째, 과세대상이 무엇이냐는 문제다. 미국의 '금융위기 책임세'는 은행부채에 0.15%의 세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덩치가 커질수록(부채가 커질수록)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지니, 은행들은 가급적 영업규모를 줄이려 할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영국이 제안한 은행세는 국제적 금융거래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이렇게 되면 자본이동이 제약돼 이번처럼 전 세계가 동반금융위기를 맞는 사태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논리이다.

둘째, 은행세를 위기대응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운용할지, 아니면 영구제도로 정착시킬 것인지도 문제다. 미국에선 약 10년간의 부과기간을 계획하고 있지만, 영구세금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셋째, 과세대상을 은행에만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넓은 의미의 금융회사로 확대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마지막으로 걷은 세금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도 관건인데 금융위기 때 투입한 공적 자금 회수에 쓸 수도 있고, 향후 있을지 모를 은행파산에 대비해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성사가능성은?

은행세에 대한 은행들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위험한 파생상품 정도라면 모를까, 일반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 돈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은행의 기본 임무인 자금중개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건전한 은행들로선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은행 등과 똑같이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기도 한다. 은행세 부담을 결국은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이나 금리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세 도입의 근본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엉뚱한 일반국민들만 피해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은행세 도입는 G20 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이 20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일종의 기준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며,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선 국제적 통일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마다 의견차가 워낙 커 합의도출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대체로 선진국들은 은행세에 적극적인 반면, 은행시스템이 비교적 건전했던 신흥시장국들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G20 의장국으로서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지게 됐다.

노진영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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