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가 인양되면서 어뢰나 기뢰에 의한 외부 폭발로 침몰 원인이 더욱 굳어졌다. 선체 절단면과 안팎의 손상을 육안으로 살펴 판단한 단계이지만, 자연스레 북한의 어뢰 공격 쪽으로 혐의가 쏠린다.
반면 북한을 곧장 지목하는 어뢰 공격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북한 잠수함이 어떻게 거기까지 몰래 침투해 어뢰를 쏘고 달아나느냐는 것이다. 내부 폭발 가능성이 사라진 마당에는 우리 쪽 기뢰에 피격됐을 개연성을 남겨두려는 심리가 아닌가 싶다. 한때 거론된 천안함의 폭뢰는 온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 과거 백령도 해안 방어를 위해 설치한 기뢰는 폭뢰를 개조해 전기장치로 폭발시키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해저에 남아 있더라도 물 위로 지나가는 함정의 소리나 자기 등에 반응해 터질 리 없다. 잠수함 공격용 폭뢰는 원래 물밑 수압에 반응해 폭발한다. 따라서 천안함 아래에서 수중폭발을 일으켜 충격파로 배를 두 동강낸 것은 애초 짐작대로 음향ㆍ자기 감응식 해저 기뢰나 어뢰일 것이다. 어뢰일 경우, 음향ㆍ자기 센서와 근접신관(Proximity fuse)이 결합된 격발장치를 지닌 종류이다. 북한에 그런 첨단 어뢰가 있냐고 하겠지만, 이미 2차 대전 때 각국 해군이 널리 쓴 무기다.
■ 그렇다고 기뢰보다 어뢰 쪽에 무게를 둘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절단 부위 등의 손상 상태로 보아 어뢰 피격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어뢰로 직접 타격하면 선체를 뚫고 들어가 폭발, 내부 구조물에 큰 손상을 주지만 함정을 두 동강내지는 않는다. 수중폭발 충격파로 대형 함선이 통째 꺾여 부러지게 하는 무기 특성은 오히려 해저 기뢰에 고유한 것이다. 기뢰로 수상함정을 침몰시키려면 우연에 우연이 겹쳐야 한다는 주장도 실제와는 다르다.
■ 2차 대전 때 악명을 떨친 독일 잠수함 유보트가 대서양을 건너는 연합군 호송선단을 공격한 주무기는 영화에서처럼 어뢰가 아니라 기뢰였다. 호송선단을 멀찍이 추적하다 예상 항로에 침투해 해저 기뢰를 부설,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이런 감응식 기뢰는 초계함 등은 그냥 지나게 하고, 미리 점 찍은 유조선 등 값진 표적이 걸리면 폭발하는 계수기능(Ship count)을 지녔다. 이처럼 기뢰는 추진 소음과 항적 때문에 쉽게 탐지되는 어뢰보다 은밀성이 훨씬 앞선다. 일찍부터 잠수함과 기뢰전에 능한 북한이 천안함을 노렸다면 어떤 무기를 택할까. 폭발물 파편을 반드시 찾아야 의문을 풀 수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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