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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티타티타' 삶에 대한 30대 여성들의 담담한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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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티타티타' 삶에 대한 30대 여성들의 담담한 성장통

입력
2010.04.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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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 지음/현대문학 발행ㆍ312쪽ㆍ1만1,500원

김서령(36ㆍ사진)씨의 첫 장편소설이다. 외롭고 불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한 첫 단편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2007)로 호평 받은 김씨는 이번 작품에서 갓난아이일 적부터 단짝이던 30대 초반의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사랑, 가족 등 관계의 문제를 잔잔한 문체로 다룬다.

소설은 두 친구 소연, 미유를 번갈아 화자로 세워 진행된다. 소연은 편모 슬하지만 외할머니, 이모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유복한 집안 출신인 미유는 학력 지상주의자인 아버지와 앙칼진 성격의 어머니 사이에서 늘 가슴 졸이며 자랐다. 성장 배경은 사뭇 대조적이지만 두 사람은 여섯 살 때 피아노 연탄곡인 '티타티타'('젓가락 행진곡'의 별칭)를 동네 사람들 앞에서 서툴게 연주했던 추억을 공유한 각별한 사이다. 사회에 나와서도 줄곧 함께 살며 깊은 우정을 쌓아왔다.

그러나 미유가 소연의 애인과 가까워지면서 둘의 관계엔 금이 가기 시작한다. 평온하던 이들의 가족에도 풍파가 찾아든다. 혼기를 넘기며 홀로 된 언니와 조카를 보살폈던 소연의 이모는 희생으로 점철됐던 제 삶을 드러내놓고 후회한다. 학창 시절 공부를 못해 늘 주눅들어 있다가 번듯한 남편과 결혼해 독일에 살던 미유의 언니는 우울증을 앓다 남편과 두 아들을 두고 홀로 귀국한다.

이렇게 친구, 연인, 가족이란 모둠은 예전의 온기를 잃고 서로에게 고통만 주는 관계가 되고 만다. 소연의 이모는 "누가 나한테 그런 걸 시켰다고! 별 거지같은 짓거릴 다 했지. 정말"(167쪽)이라고 악다구니하고, 미유의 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 나는 우리 가족이 되는 게 아니었어"(211쪽)라며 피붙이의 가슴을 후빈다.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한 시절의 종언을 묘사하는 작가 김씨의 필치는 지극히 담담하다. 그런데 바로 그 담담함이 이들을 구원한다. 이들은 내부에서 터진 볼썽사나운 파탄과 갈등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더 이상 예전 같은 관계로 회복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일구고자 한다. "인연에는 무게가 없더라. 습관 같은 거더라. 사랑해야 하고, 사랑을 시작하면 무겁게 사랑해야 하고, 거기서 끙끙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참아야 하고."(269쪽) 다만 추억만은 오롯하여 "자라는 동안 우리에게 손을 댔던 그 누구도 우리는 잊지 않았으니."(289쪽) 삶이란 끊임없는 성장임을 새삼 일깨우는 '성장소설'이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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