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을 맞고서도 끝까지 싸우다가 돌아온 사람인데….”
군이 천안함 함미(艦尾)에서 15일 밤 36번째 시신을 수습한 것을 끝으로 수색 작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다 16일 오후 1시께 작업을 종료했다. 그러나 행방을 알 수 없는 8명의 가족들은 아직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참군인 박경수 중사, 강태민 일병
박 중사는 2차 연평해전(당시 하사) 당시 총탄을 맞아 부상했었다. 하지만 그는 부상 사실도 모른 채 끝까지 전투에 임했던 악바리 군인이다. 또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을 뒀지만 아직 결혼식을 못 올려 올해는 꼭 웨딩드레스를 입혀 주겠다던 남편이었다. 부인 박미선(30)씨는 "그런 경험(2차 연평해전)을 하면 보통 제대하거나 다시 배를 타지 않는데 남편은 두려움을 극복했다"며 "강한 사람이니 오늘 밤이라도 당장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이라고 되뇌었다.
강 일병 역시 박 중사 못지 않은 참군인이다. 함정 근무 기간이 6개월이 지나 육상 부대로 전출할 수 있었는데도 계속 배를 탔다. 강 일병의 가족은 "태민이가 천안함이 좋아서 계속 배를 탄다고 했는데 배가 너무 좋아서 아직 안 나오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효자 박보람 하사, 정태준 이병
박 하사는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정기적금을 부어 왔으며 이달 만기가 되면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동료들은 "박 하사는 항상 어머니를 걱정하는 효자였다"며 "복무 중에도 항상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선후배와 동료의 신망이 두터웠다"고 입을 모았다. 정 이병은 지난달 초순 100일 휴가를 나온 지 보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정 이병 아버지는 "100일 휴가를 나와 엄마 암 치료비로 쓰라며 석 달 동안 꼬박 모은 월급을 주고 가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집이 어려워 해 주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해 줬는데…"라며 울먹였다.
"시신이라도"… 장진선 하사
장 하사는 앞서 시신으로 발견된 심영빈 하사와 강원 동해시 광희고 선후배 간이다. 광희고 교직원과 학생들은 인양 작업을 TV 화면으로 초조하게 지켜봤지만 심 하사는 시신으로 돌아오고 장 하사는 아예 시신 조차 찾지 못했다는 소식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 하사의 고3 담임을 지낸 박동호(49) 교사는 "고교 3년 선후배 사이인 심 하사와 장 하사 모두 생환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학교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배 탄 진 한 달 만에… 박성균 하사
올해 1월 천암함에 승선한 박 하사는 배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터하고 있다. 박 하사의 할아버지 박주병(75)씨와 할머니 장지기(72)씨는 경남 창원시 남양동 반 지하방에서 온종일 TV로 손자 소식이 들리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 귀환을 바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한 마음에 얼굴이 수척해 졌다. 장씨는 "금방이라도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할머니'하고 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좀 자주 볼 걸"… 이창기 원사, 최한권 상사
이 원사의 형은 바쁘다는 핑계로 동생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씨는 "몇 달 전 가족끼리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지금은 동생의 모습이나 기억을 떠올리기에도 너무 긴장되고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한다"고 말했다. 최 상사의 누나 역시 "동생이 있을 저 바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해 참으로 야속하다"며 비통해 했다.
평택=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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