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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뇌물 2억 건네다… ‘임자 잘못 만난’ 여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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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뇌물 2억 건네다… ‘임자 잘못 만난’ 여주군수

입력
2010.04.1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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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61ㆍ한나라당) 경기 여주군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범관(67) 한나라당 의원에게 현금 2억원을 건네려다 이 의원 측의 신고로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16일 경기 분당경찰서와 이 의원측에 따르면 이 의원과 이 군수는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S커피숍에서 만나 3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의원측은 이 군수의 요청으로 면담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 군수는 6ㆍ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여주군수 후보 공천을 신청해 다른 3명의 후보와 경합 중이었다.

이 의원과 이 군수가 만나는 동안 커피숍 밖 차량에서 대기하던 이 의원의 수행비서 양모씨에게 이 군수의 수행비서가 인사말을 건네며 접근했다. 그는 "그냥 작은 기념품입니다"라며 인삼제품 홍보용 쇼핑백을 양씨의 손에 쥐어줬다. 양씨는 별 생각 없이 쇼핑백을 받아 차 안에 두었다.

30여분 뒤 이 의원이 커피숍을 나와 차에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해 출발한 직후, 양씨는 쇼핑백을 가리키며 "군수가 준 기념품"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백은 내용물을 쉽게 볼 수 없도록 투명테이프로 잘 봉합돼 있었다. 서울지검장 출신의 이 의원은 직감적으로 뇌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양씨에게 이 군수의 차량을 추적하도록 지시했다. 또 비서관 문모씨에게 경찰에 신고하고 함께 이 군수의 차량을 쫓도록 했다.

오전 9시께 양씨는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앞에서 이 군수의 차량을 따라잡아 가로막았다. 경찰도 뒤이어 도착했다. 상황을 파악한 이 군수는 "왜 경찰까지 부르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경찰이 밀봉된 쇼핑백을 뜯어 확인한 결과, 5만원권 100장씩 모두 40묶음이 담겨 있었다.

이 군수는 현장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현직 군수가 공천과 관련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이 군수가 공천을 도와달라는 의도로 이 의원에게 돈을 주려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 군수는 경기도 총무과장과 경기도2청 문화관광국장, 고양시 부시장을 지낸 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2006년 민선4기 여주군수에 당선됐다.

한편,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이 군수에 대한 후보자 추천자격을 박탈했다. 원유철 공천심사위원장은 "깨끗한 공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공천심사를 투명하고 엄격하게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이 군수의 후보자 추천자격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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