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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선체 처참한 모습 드러나자 "이걸 어쩌나…" 탄식 또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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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선체 처참한 모습 드러나자 "이걸 어쩌나…" 탄식 또 탄식

입력
2010.04.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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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艦尾)가 침몰 20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15일 백령도의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렀다. 초속 6~9m의 봄바람이 살랑댔고 거셌던 물결도 이날만큼은 0.5~1m로 잔잔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천안함 사고 해역의 날씨를 두고 "두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더할 나위 없던 이날의 날씨는 슬픈 하루의 역설이었다.

검푸른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함미가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오전9시께. 용트림 전망대에서 천안함 인양 현장을 바라보던 백령도 주민들은 너덜너덜해진 함미의 참혹한 모습에 "아~"하는 탄식을 토해냈다. 김하율(77)씨는 "마치 배가 살아나오는 것 같다. 실종자들도 살아나왔으면 좋으련만…"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순미(52)씨는 "우리 아들도 군대에 가 있어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떤 심정일지 알 것 같다"며 착잡해했다.

초조한 표정으로 인양 작업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실종자들의 유해가 하나 둘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침통한 표정이었다. 렌트카 업체를 운영하는 손정서(57)씨는 "예상보다 빨리 인양돼 다행이지만 실종자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와 마음이 영 안 좋다. 시신이라도 모두 찾아야 할 터인데…"라며 가슴아파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생업을 놓을 수 밖에 없었던 백령도 주민들이지만 당장 일상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개인택시 기사 정영암(51)씨는 "어민들이 조업에 지장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배도 꺼냈으니 평소 때로 돌아가겠지"라면서도 "함수까지 건져낸다 해도 유실물 수거 작업 등이 남았으니 당장 일상을 회복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며 "한동안 불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산 사람은 그래도 살아야지 않겠냐'는 속내도 내비쳤다. 그간 수중 수색 작업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진데다 사고 지점 해역이 백령도 특산물인 까나리 어장과 겹쳐 어민들은 조업을 나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러야만 했다. 용기포항 근처에서 만난 한 어민은 "다음 사리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까나리를 잡아야 하는데 함수(艦首)까지 건져내야지만 원만한 조업이 가능할 것 같다"며 "인양이 잘 마무리 돼 까나리도 잡고 굴도 많이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두회 식당'주인 김영란(48)씨는 "시간이 지나면 백령도 주민들도 한시름 놓고 생업에 열중해야겠지만 남은 군인이나 희생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며 시선을 먼 바다로 돌렸다.

백령도=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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