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시여
그동안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그동안 그 얼마나 모래알 같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습니까
님께서 목숨 던져 사랑한 조국은 지금 흐느낍니다
백령도도 흐느끼고 연평도도 흐느끼고
마라도와 울릉도와 독도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낍니다
대한민국의 섬이란 섬은 모두 님의 이름을 부르며 엎드려 흐느낍니다
님께서 지키시던 서해의 삼각파도마다 눈물의 꽃
거친 바다의 모든 갈매기들도 한 분 한 분 님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합니다
부디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만이라도 좋습니다
그 늠름하고 착한 아들의 미소를 보여주십시오
그 씩씩하던 남편의 믿음직스러운 웃음소리를 들려주십시오
그 자상하던 아빠의 손길로 님의 죽음을 모르는 아이들을 꼭 껴안아주십시오
부디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어머니! 하고 소리치며
여보! 하고 손을 흔들며 달려와 주십시오
오늘 대한민국 온 바다에 슬픔의 촛불이 켜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속에 통곡의 횃불이 타오릅니다
님은 조국의 거룩한 영웅!
왜 무사귀환하라는 조국의 절대명령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왜 기필코 생환하라는 국민의 피맺힌 당부를 못들은 척하시고 백령도 차디찬 바다 속에만 계셨습니까
묻고 싶습니다 왜 바다 위를 저벅저벅 군화소리 당당하게 걸어나오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는 님께서 바다에 길을 내고 걸어나오길 밤새워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천안함을 이끌고 떠오르는 붉은 햇님처럼 웃으면서 귀환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님이시여, 왜, 왜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리고 마셨습니까
아이고, 내 새끼야!
이 나라 어머니들은 아버지들은 지금 모두 통곡합니다
여보!
이 나라 아내들은 지금 모두 말없이 통곡합니다
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옵니까
천국의 바다에 계시옵니까
천국의 바다에서도 천안함을 타고 전우들과 오순도순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축하 케이크를 나누어들고 계십니까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목소리라도 들어야 하겠다고 휴대폰을 꺼내들고 계십니까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겠다고 한 약속은
아파트도 사고 식구들과 재미나게 살겠다고 한 약속은 이제 어찌 하시렵니까
십자수를 손수 놓은 결혼기념 선물은 언제 또 다시 하시렵니까
월급 타면 꼬박꼬박 어머님께 부치셨던 효자
이제 월급 타면 어디에다 부치시렵니까
하루에도 수 만 가지의 기적을 만들던 바다의 사나이
왜 이번만은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만들지 못하셨습니까
아, 조국의 님이시여
조국의 영혼이 되신 거룩한 님이시여
지금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엎드려 속죄와 위로의 꽃을 바치오니
부디 절망과 분노와 한탄의 눈물을 거두어주소서
부디 전쟁 없는 천국에서 영면하소서
희망과 자긍의 미소를 지으시며
천국의 바다에서도 불쌍한 이 나라를 지켜주소서
남북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천안함을 타고 다시 님께서 백령도에 나타나 손 흔드시면서
대왕암 문무대왕처럼 사랑하는 이 나라를 지켜주소서
정호승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