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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 인양/ "내 새끼 어떡하니…" 울부짖는 母情 해안에 메아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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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함미 인양/ "내 새끼 어떡하니…" 울부짖는 母情 해안에 메아리치다

입력
2010.04.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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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들 시신 발견… 무너진 가족들

"엄마는 어떻게 살라고, 네가 살고 내가 가야지."

천안함 침몰 21일째인 15일 오후 '혹시나'했던 실종자 가족들의 기대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함미(艦尾)에서 발견된 실종자들은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설상가상으로 유실자까지 발생했다. 마지막 바람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가족들도 하나 둘 무너져 내렸다.

이날 오후 6시5분께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상공에 군용 헬기 한 대가 나타났다. 고 서대호 방일민 이상준 하사의 시신을 실어 온 헬기였다. 헬기장에서 기다리던 유가족들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헬기가 착륙해 태극기에 덮인 시신들이 하나씩 내려 운구되자 눈물은 통곡으로 바뀌었다. 예를 갖추기 위해 정복을 입고 양편에 도열한 수병들과 의무대 앞에 있던 부사관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침몰 20일 만의 귀대. 싸늘함 주검을 맞은 건 가족의 오열과 동료들의 뜨거운 눈물이었다.

서 하사 어머니 안민자씨는 그렇게 고대하던 아들의 시신을 보며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왜 여기 있니. 내가 너한테 못해 준 게 많은데…"라며 울부짖었다. 방 하사 어머니는 "내 새끼 살려내"라고 외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침몰 뒤 부산에서 올라와 아들의 생환만을 애타게 기다린 이 하사 아버지와 어머니도 아들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검안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상준아, 내 새끼 어떡해"라는 어머니의 통곡은 오랫동안 부대안에 메아리 쳤다.

오후 7시께 고 임재엽 중사와 이상민(1988년생) 병장, 안동엽 상병의 시신이 헬기편으로 2함대에 도착했다. 약 35분 뒤에는 세 번째 헬기가 신선준 중사, 강현구 병장, 박정훈 상병의 시신을 이송하는 등 밤 늦게까지 사망자들의 시신이 모두 2함대로 옮겨져 안치됐다. 헬기가 착륙할 때마다 유가족들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눈물의 비극은 반복됐다. 2함대에서 아들의 생일상을 차렸던 신 중사의 아버지는 "서른 번째 생일 미역국도 못 먹고 갔다"며 목 놓아 울었다. 박 상병 아버지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던 부인을 위로했지만 정작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감추지 못했다

시신들은 2함대 의무대로 옮겨져 가족들만 입회한 가운데 검안 절차를 밟았다. 검안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검안의 10여명을 포함해 6개 팀 30여명이 맡았다. 시신들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온전하게 보존된 상태로 전해졌다. 해저 45m의 차가운 수온이 냉장 효과를 일으켜 시신의 손상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검안 뒤 시신들은 고 남기훈 김태석 상사가 안치된 함대 내 임시 안치소로 운구됐다. 2함대가 4일 냉동 컨테이너 2개 동으로 준비한 임시 안치소에는 1개 동당 24구씩 총 48구를 안치할 수 있다.

이날 오전 함미 인양작업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긴장과 초조함으로 침묵했던 가족들은 서 하사의 시신 발견 소식이 처음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급속히 가라앉았다. 곧 다른 실종 장병들의 이름이 줄줄이 TV에 뜨자 슬픔은 빠르게 실종자 가족 모두를 엄습했다. '실종자 가족'이란 명칭은 어느새 '유가족'으로 변하고 있었다. 서 하사와 함께 기관조정실에 근무하던 박성균 하사, 바로 옆 사병식당에서 방일민, 이상준, 임재엽 하사, 안동엽 상병 등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자 임시숙소 안에 있던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대를 1개월 밖에 남겨놓지 않았던 이상민 병장 아버지는 "사고 이틀 전 '별일 없느냐'는 안부 전화가 마지막으로 들은 아들의 목소리"라며 "부모에게 잘하는 듬직한 장남이었는데…"라고 흐느꼈다. 고 김선명 상병 아버지는 "시신을 찾았지만 너무 착잡해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며 "용돈을 주면 해군 월급으로 충분하다며 다시 돌려주는 효자였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실종 장병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의 미니홈피에는 애도의 글이 쇄도했다. 방일민 하사 군 동료인 장영우씨는 '이 배신자. 네 사진 보자마자 눈물이 흐르고 현기증이 난다. 어떻게 하니'라고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다. 강현구 병장 친구 김민진씨는 '그 동안 수고 많았어, 강구(별명)야, 춥고 어두운 그곳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애도했다. 강 병장의 친구인 이천희씨는 '좋은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기를 바란다. 친구야'라고 추모했다.

안동엽 상병 친구 오세즐씨(22)는 '우리는 인생 최고의 친구야.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꺼야'라고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이용상 병장의 미니홈피에 "아…정말…살아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지금 들리는 소식은 시신이 있었다는 뉴스밖에 없고…정말…하…그곳에서는 행복하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라는 애도의 글을 남겼다. 김선명 상병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성권씨는 "선명아 오늘 시신 수습 기사 보니까 더욱 불안하다. 꼭 선명아 제발…살아서 돌아와라.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웃는 얼굴로 돌아와 줘…사랑한다, 선명아!"라고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유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하며 오열하는 순간 한편에서는 또 다른 눈물이 흘렀다. 주검조차 찾지 못한 실종 장병 가족들은 가슴을 치며 통한의 피눈물을 토했다. 말은 못했지만 '정 안되면 시신이라도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직 생사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한 실종자의 가족은 "이 상황에서 TV를 보기가 너무 힘들다. 어서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린다"고 토로했다.

이정국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다. 먼저 발견해서 올라온 분이 부럽고, 아직(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너무 애통하다"며 "희생자 모두가 '전사자'"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까지 실종된 남편이나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나머지 가족들은 친인척 이외에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일절 받지 않고 있다. 행여나 발견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숙소 밖으로의 외출도 삼간 채 초조하게 수색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이 대표는 " 2함대 내 숙소에 있는 가족들 모두 극도의 불안과 초조함에 떨고 있다. 영내에 실무팀 빼고는 돌아다니는 가족들은 거의 없다"며 "지금은 '우리 식구가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불안에 숙소 분위기는 무겁고 착잡하다"고 가족들의 상황을 전했다.

평택=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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