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艦尾)가 15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요한 단서인 절단면은 촘촘하게 그물이 쳐져 있고 배 바닥도 감춰져 있지만 그간 물 속에 잠겨 있던 배 하부는 새롭게 공개됐다. 함미 인양 장면을 통해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짚어봤다.
절단면 제외한 배 하부는 멀쩡
배 하부는 말끔한 모습이었다. 절단면을 중심으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뢰 어뢰 등 외부 공격을 제외한 나머지 사고 원인은 배제할 수 있게 됐다.
내부 폭발의 경우 절단면이 아닌 함미 뒷부분의 탄약고나 중간 부근의 연료탱크가 파손돼야 하는데 온전히 형태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암초와 충돌했다면 배 후미의 스크루가 손상되거나 중간중간 찢겨야 하지만 그런 흔적이 없다. 피로 파괴의 경우 이번처럼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선체가 두 동강 나기는 어렵다.
노인식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절단면을 뺀 배 밑바닥이 깨끗한 것은 외부 충격이 국부적이지만 매우 강력했다는 의미"라며 "어뢰나 기뢰가 배 표면이나 바로 아래에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은 "어뢰나 기뢰도 표적에 반응하는 감응식이라면 배가 저렇게 뚝 잘라지지 않는다"며 "정조준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절단면이 위로 휘어
12일 함미를 백령도 연안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절단면 윗부분 갑판부가 위로 솟아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에 절단면 아랫부분에 관심이 쏠렸다. 아랫부분도 위로 휘어 있다면 충격이 배 바닥 쪽에서 발생한 것이고, 반대로 밑으로 휘어있다면 선체 내부의 충격파가 밖으로 나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측면에서 확인된 절단면 밑부분은 볼록하기보다는 안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였다. 충격파가 아래에서 위쪽으로 전달됐다는 얘기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절단면 측면의 모습만으로도 최소한 외부 공격으로 단정할 수 있고 기뢰보다는 어뢰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김병기 군사평론가는 "어뢰가 뚫고 들어가 2차로 폭발했다면 기관조종실 천장이 들려있는 게 아니라 아예 날아갔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C자 형태는 왜 생겼나
함미 절단면 하단이 C자 형태다. 어뢰의 직접 타격에 따른 파공(구멍)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머지 반쪽인 함수(艦首)와 맞춰 보지 않아 단정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도 신중한 반응이다. 신 대표는 "직접 타격이 아니라 버블제트로 물기둥이 솟구쳐도 이런 모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절단면은 가스터빈실 부위인데 여기에 단단히 박혀있던 둥근 형태의 엔진이 떨어져 나가면서 C자 모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선으로 단번에 찢겨
절단면은 좌현 전방에서 우현 후방까지 사선으로 찢겨 있다. 중간에 멈춘 흔적 없이 단번에 절단돼 있다. 따라서 측면 공격이라면 기뢰 보다는 추진체가 있는 어뢰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공격 방향인데 절단면이 가려져 있어 명확하지 않다. 다만 천안함이 사고 당시 백령도 서남 해상에서 북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던 것에 비춰 좌현 방향에서 타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우현이 좌현보다 더 많이 파괴돼 있고, 절단면 상단이 좌현 쪽으로 올라가 있어 정반대의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뢰냐 기뢰냐
결국 공격 무기가 어뢰인지, 기뢰인지는 파편을 찾고 절단면을 정밀 조사하기 전까지 확정하기 어렵다. 공길영 해양대 항해학과 교수는 "(어뢰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결정적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박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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