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도선원장 미산(52ㆍ사진) 스님이 초기 불교의 세계를 안내하는 <미산 스님의 초기경전 강의> (명진출판 발행)를 냈다. 미산 스님은 중학교를 다니다 선방 생활을 시작한 올깎이 수좌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남방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승이기도 하다. 현재 중앙승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산>
초기 불교란 석가모니 사후 2~3세기까지의 불교를 가리키며, 암송을 통해 전해지다 기원전 1세기경 빨리어로 기록된 불교 경전을 초기 경전이라 부른다. '언어도단 심행처멸'(言語道斷 心行處滅ㆍ말과 생각으로 닿을 수 없음)의 선불교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인도아리아 고대 언어로 펼쳐지는 초기 경전의 '논리적 불교'는 아직 낯선 것이 사실. 미산 스님은 그러나 "초기 경전은 부처의 말이 기록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과 같다"며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바른 길은 부처가 직접 얘기한 말을 기록한 경전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초기 경전의 가르침은 머리를 싸매고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접적이죠."
미산 스님은 "불교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은 직관만 강조하면서 여러 우주 현상과 심리 현상들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분석과 사유를 멀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석적 생각을 전부 번뇌나 망상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연기(緣起ㆍ모든 것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불교의 세계관)의 프리즘을 통과한 사람에게 그것은 망상이 아니고 중생을 위한 절실한 자비심"이라고 말했다.
책은 빨리어로 기록된 초기 경전을 바탕으로 연기법과 삼법인(불교의 세 가지 근본 교의), 사성제(삶의 원리와 방법론) 등 초기 경전에 담긴 불교의 핵심을 8강으로 나눠 설명한다. 미산 스님은 "중생의 근기에 맞는 설법을 위해서는 분석적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선불교를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한 바탕으로도 초기 불교 소개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요즘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직관적 기제와 분석적 기제를 원활하고 역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런 방법을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이 21세기형 선지식"이라고 강조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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