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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실종자 가족 생각에…" 강풍·급류·저수온과 사투 또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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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실종자 가족 생각에…" 강풍·급류·저수온과 사투 또 사투

입력
2010.04.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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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가 쏟아졌지만 밤낮 없이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의 심정을 생각하면 한 치도 지체할 수 없었어요."

15일 천안함 함미(艦尾) 인양작업이 마무리 되자 이를 현장에서 담당한 민간 인양업체 88수중개발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심경, 온 국민들의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 침몰된 선체에 갇혀 있을 장병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 본부에서 일하고 있던 이들이 군으로부터 다급히 연락을 받은 것은 천안함 사고가 난 지 닷새 만인 지난달 31일. 상당수가 해군 해난구조대(SSU) 출신의 전문 잠수사들인 직원 20여명은 150톤 규모의 소형 크레인을 이끌고 이달 3일 백령도 사고 현장에 왔다.

SSU 출신의 국내 최고령 민간 잠수사인 정성철(62) 대표를 비롯해 잠수 경력이 20~30년 된 베테랑 직원들은 2008년 8월 제주도 해상에서 80m 깊이에 침몰한 해양경찰청의 형사 기동선을 인양했던 경험이 있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수중탐색 작업 중 이 곳 해저지형이 만만치 않음을 감지했다. 정 대표는 "암반과 자갈, 뻘이 뒤섞인데다 바닥이 울퉁불퉁해 사물을 식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침몰 해역 주변이 전국에서 가장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데다 시야도 탁해 인양 작업은 그야 말로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정호원 부사장은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물살이 거센 바다 속에서 장시간 일하다 보면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바닷물 속에서 불빛을 최대한 밝게 해도 50㎝ 앞을 보기 힘들었고, 수온은 영하 3도까지 떨어져 20분 이상 잠수할 수 없는 악조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백령도 해상의 강풍과 높은 파고 때문에 이달 6일, 8일, 12일 등 3일 간은 작업을 아예 못했다.

하지만 회사와 직원들은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작업을 끝내는 목표를 세웠다. 한 직원은 "인양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만 나오면 속이 탈 지경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렇다고 기상이나 조류 탓만 할 수는 없었다.

정 부사장은 "날씨가 좋고 물살이 조금 약해졌다고 판단되면 바지선 컨테이너에 머물던 직원들이 밤낮없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특별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잠을 못 자 아침마다 코피를 흘리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9일 함미에 첫 번째 체인을 감은 이들은 12일 두 번째 체인 연결에 성공한 뒤 함미를 해수면이 낮은 백령도 근해 방면으로 4.6㎞ 이동시켰다. 그리고 인양 하루 전인 14일 저녁에 마지막 세 번째 체인을 연결, 결국 함미 인양에 성공했다. 당초 한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함미 인양 작업을 보름 만에 끝낸 것이다. 정 부사장은 "해상 구조 경험이 많아 실종자 가족들이 신속한 인양을 얼마나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함수 인양도 무사히 끝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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