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조선 임금의 투구와 갑옷도 환수되어야 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등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 운동을 해온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 스님(경기 남양주시 봉선사)이 조선 최고 군사ㆍ정치권력의 상징인 용봉문 투구와 갑옷, 익선관의 환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혜문 스님은 15일 서울 조계사 옆 전법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6~10일 일본 방문 중 도쿄국립박물관에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임금과 세자의 관모인 익선관과 용봉문 투구, 갑옷이 소장돼 있는 것을 이 박물관 관계자에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유물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반출된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돼있는 것이다.
용봉문 투구(龍鳳紋豆釘甲)는 위는 좁고 아래로 퍼지면서 하반부에서 대철(帶鐵)로 마무리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상첨하광식(上尖下廣式) 투구이다. 길이 74.1cm, 둘레 20.0cm로 용과 봉황, 여의주 문양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용봉문 갑옷(龍鳳紋豆釘胄)은 과거 중국의 천자만 쓸 수 있었던 오조룡(五爪龍) 문양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투용이 아니라 의식 때 의례용으로 착용하는 갑옷이다. 익선관(翼善冠)은 임금이 정무를 볼 때 곤룡포와 함께 갖추어 착용하는 관모로 높이 19cm이다.
혜문 스님은 "용봉문 투구와 갑옷의 형태나 재질, 장식적인 면을 볼 때 당시 최고 군사권력자인 제왕의 것으로 보이며 순종 당시에는 신식 군대가 창설돼있었으므로 고종의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국내에는 이 같은 투구와 갑옷이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시대 최고 군사ㆍ정치권력의 상징이 망국 100년을 맞는 시점까지 타국에 인질처럼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일본은 이 상징물의 의미를 분명히 알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약탈해 간 오구라 컬렉션의 수집 경위 등에 대해 전문가들과 상의한 뒤 대응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며 "상식적으로 제왕의 상징물이 타국 박물관에 정상적인 경로로 전달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혜문 스님은 용봉문 투구 등과 함께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있는 고려 명종 8년(1178년)때 제작된 김제 금산사 향로도 환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향로는 일본 나라의 호류지(法隆寺)에 보관되었다가 일본 황실에 헌납된 것으로 임진왜란이나 왜구 침입 당시 약탈돼 호류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혜문 스님은 "금산사 미륵전에 보관돼있던 물건이란 증거가 명문으로 남아있고, 일본에서 사용법을 몰라 아래 위가 바뀐 상태로 보관돼있었던 것으로 미뤄 금산사 향로 역시 비정상적인 경로로 일본으로 반출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궁내청에 소장돼 있는 조선왕실의궤 환수 문제에 대해 혜문 스님은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7명, 김의정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의장 등과 6~10일 일본을 방문해 외무성 관계자와 여야 국회의원 등과 협의한 결과 환수에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혜문 스님은 "경술국치 100년인 올해가 지나면 의궤 환수 문제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 측이 긍정적인 분위기인 만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환수 요구와 국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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