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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란의 미디어 비평] 루머·의혹 만드는 언론들 저널리즘의 본령 명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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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란의 미디어 비평] 루머·의혹 만드는 언론들 저널리즘의 본령 명심을

입력
2010.04.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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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 존'에서는 이라크 전쟁이 아랍 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한 미국 관료의 욕망에 의해 발발한 것으로 그려진다. 그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허위 정보를 만든 후 그 구실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정치가 부패했고 자본은 탐욕스럽고 군산연합체가 공격적인데 미디어가 이들 정경군 세력과 야합하는 한편, 선량한 시민들은 '깨어있다'는 구도는 할리우드 정치+액션+오락 영화 내러티브들의 전형을 이루어 왔다. 또한 재미있게도 동일한 인식은 현대 매스미디어와 언론에 대한 비판적 사유의 근간을 이루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언론의 문제점을 빤히 알면서도 이들을 수용-허용하는 것일까.

일반 대중이 정통 언론 담론을 수용-활용하는 방식들 중의 하나는 의심하는 것이다. 테러, 전쟁, 재난 사건 이후에 음모론이 고개를 들며 때론 그 어느 정통한 언론보다도 큰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다른 방식은 루머의 생성이다. 공식적 담화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이면의 진실이 '뒷'담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정치적 비리 사건이나 스캔들에 대해 루머가 생기는 현상은 흔히 발견된다.

비록 정보적 차원에서는 오류투성이인 대중적 저널리즘이 사회적 중요성을 지니는 이유는 바로 그 내용의 허무맹랑함에 있다. 그 허구성 자체가 정경권력 체제와 언론의 폐쇄적이고 왜곡된 관계를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제대로 못하니까 대중의 상상력이 나서는 셈이다.

최근 한국사회에는 의심과 루머가 가득하다. 정치 야합설 및 인사 압박설부터 천안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정치ㆍ경제ㆍ사법ㆍ국방ㆍ종교의 전 영역에서 시민의 기본적인 신뢰를 뒤흔드는 사태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의심과 루머가 대중의 상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ㆍ공공기구ㆍ언론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뉴스원이 부정확한 인용으로 구성된 소위 심층 기사, 기껏 20~30명의 전문가 의견을 마치 보편적인 설명력을 지닌 정보인 것처럼 제시하는 소위 통계 기사, 사실 관계도 증명되지 않은 채 기자의 추측 내용이 소설처럼 구성된 소위 해설 기사는 의심과 루머 발산에 지대하게 기여한다.

그러나 대중적 저널리즘의 가치와 공식적 담화 기구인 언론의 책무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기능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정보, 공정한 해석, 다양한 의견을 타당하게 제시하는 것에 있다. 이 임무로부터 이탈한 언론은 어떤 영화보다도 허구적, 오락적, 홍보적인 소비물로 타락하고 만다.

심지어 '그린 존'처럼 미국식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조차 정의로운 미군 장교인 주인공이 (썩은 관료들과 구질하게 싸우는 대신) 주요 언론사에 진실을 제공함으로써 국가적 자존과 사회적 진실을 회복하는 것으로 '쿨'하게 마무리된다. 오락영화에서조차 언론의 정확성과 공개성에 대한 책무는 여전히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진대 지금 우리 사회처럼 위기적 문제들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정확성과 진정성을 지켜내야 하는 언론의 공적 책무는 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수행되어야 마땅하다.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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