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세 살 '공시생' 최모씨. 재작년 적성에 안 맞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회사생활 동안 모은 돈을 조금씩 축내가면서 학원비며 생활비를 충당한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면 스스로를 '백수'라 부르며 자조하지만, 통계청 분류에 따르면 최씨는 '실업자'가 아니다. 고용통계에서 실업자란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만 포함한다. 최씨 같은 경우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라는 항목에 들어간다.
실업자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하지만 실질적으론 실업자와 다름없는 이런 취업준비자 수가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취업준비자의 수는 68만 1,000여명. 2003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치다.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다른 방법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포함된다.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은 여기서 빠진다.
취업준비자 수는 졸업식 직후인 3월부터 여름까지는 많아졌다가 가을 채용 시즌이 오면 다시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31만~36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것이 2004년 8월 40만명, 2006년 3월 5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1월 59만명, 2월 63만 6,000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3년 이후 별다른 인구 변동이 없었음에도 취업준비자수가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누적된 것은 그만큼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신규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기 때문. 취업 문이 좁아질수록 어학이나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싸움이 치열해져, 정규 교육 과정을 마쳤더라도 취업을 위한 별도의 준비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취업 희망계층과 구인을 원하는 업체와의 '눈높이 차이'도 원인이다. 강준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취업 희망자가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들어가고 싶은 직장과 들어갈 수 있는 직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준비 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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