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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곡의 바다에서 천안함의 진실을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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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곡의 바다에서 천안함의 진실을 찾을 때

입력
2010.04.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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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백령도 해역은 통곡의 바다가 됐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함미가 침몰 20일 만인 어제 오전, 온 국민이 숙연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인양됐다. 실종 승조원들의 애국 충정이 깃든 함미가 바지선 위로 옮겨져 시신이 수습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캄캄한 바다 밑과 같은 비탄에 다시 빠졌다.'바다를 지켜야만 조국이 있다'는 해군가의 다짐에 충실했던 젊고 어린 병사들은 그렇게 말없이 귀환했다.

한주호 준위의 살신성인 희생까지 치르며 밤낮 없이 구조에 매달린 해군 장병들은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국민도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며 병사들의 넋을 기렸다. 천안함은 북한과 대치한 냉엄한 안보 현실에 도사린 비극과 위기의 상징으로 다시 떠올랐다.

국민의 애도를 모아 순국 병사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 더불어 지금 우리는 비탄과 애도를 넘어 천안함 침몰에 얽힌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하는 벅찬 과제를 안고 있음을 확인한다. 길고 어려운 과정의 최종 목표에 이르려면, 모두가 냉철한 사태 인식을 바탕으로 단호하면서도 지혜로운 대응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6일 밤, 긴장된 접적 해역에서 1,200톤 급 전투함이 폭발과 함께 침몰, 승조원 46명이 실종된 사태는 유례 드문 비극이자 비상사태였다. 그러나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거듭한 정부가 "북한 관련 흔적은 없다"고 발표하자, 이내 우리 사회는 본질을 벗어난 논란에 몰두했다.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고 떠들면서도, 저마다 이념과 남북관계 등의 정치적 고려에 치우친 억지 주장과 시비에 열중했다.

정치와 사회와 언론이 앞다퉈 나선 논쟁이 얼마나 무지하고 야비했는지 새삼 일일이 논할 가치조차 없다. 다만 공영방송까지 무책임한 억측과 악의적 비난을 일삼은 것은 군과 정부의 신뢰를 부당하게 해치고, 실종 승조원을 포함한 장병의 애국적 헌신을 짓밟았다. 군의 대응에 더러 허물이 있다고 해서, 배가 두 동강난 위기에서 굳센 군인정신과 전우애를 발휘한 장병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한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천안함의 불운은 해군 장병이 유난히 가혹한 여건에서 바다를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해상 경비임무는 24시간 거친 바다와 싸우면서 해상과 물밑, 공중 어디에서 올지 모르는 적의 위협을 무릅쓰는 것이다. 여기에 좁은 격실로 연결된 함정 곳곳에는 미사일 어뢰 폭뢰 함포탄 연료 등 위험요소가 가득하다. 천안함 장병은 그렇게 머리 위와 발 밑에 위험이 도사린 열악한 조건에서 나라에 헌신했다.

그러나 지레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해'무력 응징'을 외치는 것은 경솔하고 위험하다. 후방에 편히 앉은 채 젊은 병사들의 희생을 재촉하는'안락의자 용사'는 경계해야 한다. 그와 반대로, 북한의 은밀한 도발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을 외면한 채 엉뚱한 의혹과 정부 비판에 매달리는 행태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냉정한 사리 분별없이 오로지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것은 맹목적이고 부도덕하다.

우리는 정부가 안팎으로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막으며 사태를 잘 관리했다고 본다.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과제도 그런 자세로 수행할 것을 믿으며, 사회 모두의 성찰과 진중한 대처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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