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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화인 하나 되기

입력
2010.04.1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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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영화인 250명이 모였다.'영화인 하나 되는 날'선포식이 있었다. 새로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이 된 정인엽 감독이 적극 나서 영화인연대회의 이춘연 이사장과 손을 잡고 마련한 자리였다. 행사장 앞에'이제 우리 영화인은 서로를 가슴으로 보듬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크게 써 놓았다. 한마디로 신구 세대갈등과 이념 갈등을 털어내고 그야말로 '영화인'이라는 동료의식으로 돌아가 "자랑스런 후배들아""선배님 존경합니다"하고 서로 말하는 충무로의 전통을 되찾자는 것이었다.

■ 참석 영화인들은 한결같았다. 편가르지 말자, 싸우지 말자, 오해를 풀고 하나로 뭉치자. 거기에 반대할 영화인은 없을 것이다. 정인엽 회장은 영화인회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도 펼치고, 한국영화의 상징인 '대종상'의 권위와 전통을 되찾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물론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회관 하나 짓는다고, 대종상영화제를 함께 준비한다고 갑자기 믿음과 존경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말로 하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예술인에게 '하나'가 꼭 좋은 것도 아니다. '하나되기'추진위원장을 맡은 차승재 영화제작자협회장의 말처럼'화이부동'이 정답일지 모른다.

■ 지금의 현실을 탄식할 때 영화인들은 늘"언제부터인가"로 시작한다. 그 '언제'는 대략 20년 전이다. '돈' 때문이었다. 대기업 자본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충무로 토착자본을 밀어냈으며, 기성 영화인들보다는 흔히 말하는 '기획 1세대'들을 선호했다. 냉혹한 대기업의 자본논리에 의해 충무로는 더 이상 함께 먹고 굶는 영화인들의 공동체가 아니었다. 삭막한 승부와 생존의 정글이 됐다. 자연히 선배는 후배가 서운했고, 후배는 선배를 부담스러워했다. 여기에 정권교체가 맞물리면서 둘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 지난 10년의 갈등도 표면은 '이념 차이'이지만 뿌리는 역시 '돈'이었다. 막대한 정부의 영화지원금이 있었다. 잠깐 헤게모니 싸움을 벌였지만 승부는 뻔했다. 조금의 배려도 없는 후배들에게 선배들은 가차없이 이념과 정치의 옷을 입혔다. 실제 정권과 밀착해 영화정책과 지원을 좌지우지한 몇몇 영화인들이 좋은 재료가 되어 주었다. 이제 다시 정권이 바뀌었고, 잘 나가던 한국영화도 다시 벼랑에 섰다. 대기업과 정부 돈으로 충무로를 누볐던 세대도 금융자본과 신세대에 밀려 슬슬'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이념과 색깔을 떠나 이렇게 후배가 선배 되는 세상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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