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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환란 그리고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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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환란 그리고 13년

입력
2010.04.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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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이후 13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을 당시 수준으로 회복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4일 등급위원회를 열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나 천안함이 서해 바다에 널부러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변수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도 신기하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1997년으로 경제상황이 되돌아간 것이라는 측면에서 한번 무너진 경제의 담장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시키는 것이 지독히도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동안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IMF를 만났고,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게 됐다.

신용등급의 물리적인 복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질적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얻고 잃었다. 외환위기 이후 반도체 휴대폰 가전 자동차 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경제규모도 많이 커졌고 외환보유고도 든든한 것은 감탄할만하다. 하지만 삶의 질은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더욱 팍팍해진 듯하다. 외환위기의 상흔들이 완치되지 않은 채 여전히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규모 실업, 이중 청년실업은 큰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청년실업은 우리 사회의 큰 골칫거리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실업자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취업준비자 수(학생 제외)가 지난달 68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준 실업자'도 대규모인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도 고용유발이 되지 않는 불완전한 경제구조가 정착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주로 해외 투자를 활발히 하고, 특히 제조업은 중국 등 해외로 기지를 옮기면서 국내 산업에 공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발생하는 청년 실업은 결국 만혼(晩婚)을 유발해 자녀의 수를 감소시킨다. 이는 인구증가를 더디게 하고, 고령화 사회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결혼 적령기의 남녀 모두 서른 살을 넘기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으나, 이제는 마흔 살이 될 때까지도 결혼을 늦추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감당할 자신감이 없으니 결혼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대기업은 매출이나 몸집이 더욱 커진 반면, 중소기업들은 인적, 물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고사하고 대형마트들은 더욱 세를 불려가고 있다. 월급으로 보면 88만원짜리 인생과 1,000만원짜리 인생이 불편한 공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이번 무디스의 평가가 그리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신용평가 회사들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많다. AIG나 메릴린치 등에 대해 파산직전 높은 등급을 줘서 불신을 산 때문이다. 정부는 무디스의 평가에 우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의도는 없는 지 지켜볼 일이다.

조재우 산업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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