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의 영웅 조혜정(57)이 프로배구 첫 여성 사령탑에 올랐다.
GS칼텍스는 15일 “플레이오프 이후 사퇴 의사를 밝힌 이성희 감독 대신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인 조혜정씨를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3년. 이로써 조 감독은 한국 프로배구 사상 첫 여성 감독이라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현역시절 이력도 늘 역사의 굵은 활자로 새겨져 왔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3ㆍ4위전인 헝가리와 경기에서 165cm의 단신인 조 감독이 장신 블로커의 숲을 뚫고 강타를 내리꽂던 호쾌한 장면은 아직도 배구팬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매서운 공격과 끈질긴 수비를 선보였던 조 감독의 활약 덕분에 여자배구는 구기종목 사상 첫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기적 같은 동메달을 따낸 ‘태극낭자’들이 터트린 감격의 눈물은 국민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고, 팬들은 그를 ‘날으는 작은 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조감독은 또 여자 배구선수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 1979년 이탈리아 2부리그 팀인 라이온스 베이비에서 코치 겸 선수로 활약했다
그리고 이제 1976년의 그 감동을 코트에서 재현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이다. 1980년 이탈리아 배구무대에서 은퇴한 지 꼭 30년 만에, 지난 2008년 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밝힌 ‘사령탑의 꿈’을 마침내 이뤄낸 것이다.
그는 “침체된 여자 배구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조감독의 배구철학은 ‘흥겨운 배구장 만들기’다. 이는 GS칼텍스가 추구하는 배구와 일치한다. 그는 “선수 스스로가 즐겁고 팬도 즐거운 신바람 배구를 통해서 팀을 변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여자배구의 대모인 조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뿐 아니라 부족한 점도 꼬집었다. 그는 “요즘 선수들은 덩치만 컸지 기술적인 면에서는 30년 전보다 못한 거 같다. 여자 감독의 장점을 십분 살려 섬세하고 선수와 소통하는 배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1981년 야구스타 출신 조창수(전 삼성 감독대행)씨와 결혼했고, 두 딸 윤희(28), 윤지(19)는 모두 골프 선수로 뛰고 있다.
단신도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줬던 조 감독이다. “잘 지켜봐 주세요. 여자 배구계에 새로운 희망의 스파이크를 날려 드리겠습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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