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들에게 돈을 빌려줘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취지의 미소금융(마이크로크레딧)이 거대은행들의 고리대금업으로 변질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TT)는 13일 거대 은행들이 속속 미소금융 시장에 뛰어들어 고리를 받으며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의 경우 미소금융 평균 이자율은 70%에 달한다. 현지은행인 테 크리모스의 경우는 연간 이자율이 125%에 이른다. 미소금융을 운영하는 전 세계 평균 이자율이 37%인 점을 감안하면 악독 사채업자와 구별하기 힘든 고리대금이다.
빈민을 구제한다는 미소금융의 취지를 악용하며 이익만 추구하는 단체도 즐비하다. NYT에 따르면 미국 인권단체 '케어'는 1997년 남미 페루에 미소금융을 도입했다. 당시 투자한 돈은 350만달러. 케어는 지난해 페루 최대 은행인 '방코 드 크레디토'에 이 사업권을 9,600만달러에 양도했다. 이중 7,400만달러가 케어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비영리기구로 출발, 미소금융 사업을 병행해 이용자가 120만명을 모은 멕시코 콤파르타모스는 2007년 주식 매각으로 4억5,8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82%에 이르는 미소금융 이자율이 회사 가치를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 LAPO는 대출금액 중 일정액을 강제로 계좌에 예치토록 하는 '꺾기'를 통해 빈민들의 고혈을 짜낸다. 표면 이자율이 74%인 LAPO는 2009년 강제 예치금을 10%에서 20%로 올렸다. 그 결과 고객이 내야 할 실제 이자는 126%까지 치솟았다.
방글라데시에서 미소금융을 적용,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는 "이자율은 10~15%가 적정하며 그 이상은 고리대금업"이라고 비판했다. NYT에 따르면 조사한 1,000여 미소금융기관 중 약 25%가 고리대금업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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