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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눈맞은 中·日… 한국만 '독수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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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눈맞은 中·日… 한국만 '독수공방'

입력
2010.04.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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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중국의 머라이언홀딩스는 고급 골프 클럽 제작회사 일본의 혼마 골프를 인수했다. 중국 내 상류 부유층이 늘면서 고가 골프 용품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일본은 소비 침체로 비싼 골프 용품이 팔리지 않은 상황에서 머라이언홀딩스는 혼마 골프의 '고급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M&A를 단행한 것이다.

#. 지난해 12월 말 중국 국영기업 렌상그룹의 자회사 디지털차이나는 일본의 시스템 개발회사 SJI의 인수합병(M&A)에 성공, 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지금도 두 회사의 M&A를 대표적인 윈-윈 사례로 손꼽는다. 이유가 뭘까.

업계에 따르면 중국시장은 금융기관, 통신회사, 정부기관의 정보 인프라 관련 개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노다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차이나나 SJI나 섣불리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SJI는 금융 위기 이후 일본 내 정보통신(IT) 투자가 크게 줄고 자금력이 달리면서 중국 진출로 인한 위험 부담을 걱정해야 했고, 디지털차이나는 기술력이 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지니고 있었던 것. 하지만 M&A를 통해 중국 전역에 탄탄한 판매망을 지닌 렌상그룹은 SJI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SJI는 렌상의 자금력과 판매망을 등에 업고 중국 유통 분야 시스템 개발까지 노리는 동시에 일본 내에서도 IT컨설팅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SJI는 앞으로 3년 안에 지금 매출의 2배 이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중국기업과 일본기업의 짝짓기가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동안 양적 성장을 중시했던 중국 기업들이 질적 성장을 꾀하면서 이에 필요한 일본 기업의 높은 기술력, 마케팅, 생산 관리 기술 등 '소프트웨어적' 능력을 얻기 위해 일본 기업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금융 위기 이후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자금 확보가 가장 큰 숙제가 된 일본기업은 중국 기업의 든든한 '실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기업을 물적 대상으로 보는 서구식 기업관과 거리가 멀어 M&A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이 진정되지 않고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2002년 상하이그룹이 인쇄기기를 만드는 아키야마인쇄사와 공작기계를 만드는 이케구를 인수한 후 두 회사 모두 실적을 회복하는 등 좋은 선례까지 작용하면서 공중증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중국기업의 일본기업 인수는 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한 까닭이 가장 크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6월 중국 수닝전기가 일본 가전양판점 업계 10위인 라옥스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 중국 내에서 구미전기와 함께 가전 판매업계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수닝전기는 두 회사 사이의 출점경쟁에 소모적 가격 인하 경쟁 탓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점포 별 매출 신장'이라는 질적 성장을 꾀했고 그 답을 라옥스의 선진국형 가전 판매 노하우를 통해 얻을 수 있게 됐다. 라옥스 역시 일본 내수시장의 한계를 M&A를 통한 중국 시장 진출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은 지금껏 중국의 저비용 생산 기술을 무시했지만 최근 신흥 시장의 중저가 상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저비용 생산 기술이 절실해져 중국을 동등한 협력자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심지어 일본 언론에서조차 '글로벌 기업이 침체한 일본 시장을 외면할 때 일본 기업에 손을 내미는 중국에 감사하고 최대한 성의를 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일본의 위기감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기업의 일본기업 인수는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한국기업과 일본기업 M&A를 돕고 있는 박상현 벡스톤글로벌파트너스 이사는 "자금력도 일본 기업에 대한 정보도 중국에 비해 뒤지지만 더 큰 문제는 인식"이라며 "대부분 한국기업은 일본기업 인수 자체 그리고 그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과 일본의 M&A는 더 활발해 질 것"이라며 "해외 기업 M&A에 소극적인 우리 기업도 불황은 M&A의 최적기라는 점을 깨닫고 일본의 '알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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