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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나눌수록 커지는 희망… 동참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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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나눌수록 커지는 희망… 동참하실래요?"

입력
2010.04.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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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9시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 대강당. 채플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우르르 강당 문 쪽으로 몰려간다. 그런 뒤 작은 분홍빛 플라스틱 상자를 에워싼다. 상자에는 '장기기증 접수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접수함은 10분도 안 돼 그득해졌다. 그와 함께 장기기증 신청장에게 나눠주는 바알간 '희망의 씨앗' 배지도 동이 났다. 강당 바깥 세상은 꽃샘추위로 움츠러들어 있었지만, 강당 한 학생들의 가슴 위 희망의 씨앗들은 초록빛 싱싱한 싹을 무더기로 틔우고 있었다.

이날 배화여고는 국내 초ㆍ중ㆍ고교 가운데 처음으로 전교생 대상 장기기증 서약식을 열었다. 매주 수요일 채플 수업을 대신해 장기기증운동을 펼치고 있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주관한 홍보행사였다. 전교생 1,094명은 연단에 선 이 단체 상임이사인 조정진 목사의 강연에 몰두했다. "여러분이 각막과 장기를 기증하게 되면 2명의 시각 장애인이 빛을 보고, 10명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생을 마감할 때 가져가는 것은 평생 모은 것이 아니라 평생 나눠준 것입니다."

사후 각막기증 혹은 뇌사시 장기기증 신청서를 작성한 학생은 250여명이었다. 학교측이 하루 전날 나눠준 신청서를 놓고 각자 집에서 부모들과 상의한 뒤 내린 선택이었다. 2학년 소채린(18)양은 "장기 기증서약을 한 부모님이 '뜻 깊은 일'이라며 흔쾌히 동의하셨다"며 서약서를 함에 넣었다. 1학년 권혜린(17)양도 "'느낌표, 눈을 떠요'를 봤을 때부터 기증을 생각해 서슴없이 결정했다"며 밝게 웃었다. 친구의 펜을 빌린 뒤 그 친구의 등까지 빌려 서약서를 작성한 김혜빈(18)양과 체육복을 갈아 입느라 헐레벌떡 뛰어 나온 진지희(18)양도 동참했다.

그 열기에 생명을나누는사람들과 학교측도 놀랐다. 조 목사는 2002년 11월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 300명을 대상으로 장기기증서약식을 추진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행사가 취소된 것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생의 4분의 1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학생들의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접수함을 본관과 별관에 설치해 이번 주말까지 추가 신청을 받는다. 이경표 교장은 "학생들이 재학기간 중 장기기증의 참뜻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3년마다 행사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약서를 제출한 학생들은 국립장기기증관리센터(KONOS)에 장기기증등록회원으로 등록증을 발급받게 된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장기기증희망자는 2006년 9만732명을 정점으로 2007년 8만1,149명, 2008년 7만4,841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을 계기로 급증, 지난해에만 18만5,046명을 기록했다. 조 목사는 "일부 대학이 입시 전형시 시행중인 장기기증등록자 가산점 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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