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여왕이 돌아왔다. 2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이효리의 4집 'H.Logic'은 12일 오전 11시 음원을 공식 공개하자마자 각종 음원 사이트 1위에 올라섰다. 열렬한 환대 속에 무대로 귀환한 이효리를 12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트레이닝복 타입의 간소한 복장으로 나타난 그는 거침 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연예계의 일인자라기보다 관심도에서나 일인자인 것 같다" "스스로는 여린 여자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선 낯선 친근함이 느껴졌다. "악플을 보면 상처를 받기보단 아직도 날 제키지 않고 관심들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한다"는 말에선 연륜이 느껴졌다.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인기코너 '패밀리가 떴다'의 털털하고 질투 많은 캐릭터와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댄스 가수 사이 어느 지점에 그는 존재하는 듯했다.
이번 앨범을 위해 여러 작곡가들로부터 1,000곡을 받았다. 그 중 100곡이 추려졌고, 14곡이 최종 간택을 받았다. 선곡의 최우선 기준은 "어떤 곡과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2집 'Dark Angel'로 표절 논란을 치른 터라 선곡 과정이 까다롭게 진행된 듯 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힙합을 근간으로 갱스터 랩과 레트로,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담으려 했어요. 래퍼 선정 기준은 유명세보단 일단 실력이었어요. 앨범 이름은 '이효리의 논리'라는 의미인데 사실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멋있어라 지은 이름이에요.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처음부터 끝까지 저만의 생각으로 완성한 앨범으로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1998년 걸그룹 핑클 멤버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 12년. 서른 한 살의 그는 여전히 흔들림 없는 '효리 왕국'을 구축하고 있다. 뭇 여가수들이 결사 항전하듯 '이효리와의 맞대결'을 홍보문구로 내걸고 데뷔하거나 새 음반을 낸다.
"저를 넘고 싶은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기분이 좋죠. 맞대결이란 단어를 안 붙이면 오히려 서운할 것 같아요. 저에겐 원동력으로 작용하니까요. '손담비 운동 중독'이란 기사가 났을 때 친구들과 맥주 마시며 놀다 '이러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물론 그날도 맥주를 죽도록 마시긴 했지만요. 누구도 내 이름을 거론하지 못할 그런 수준의 가수가 되고 싶어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되어야죠."
자고 나면 하나씩 새로 결성될 정도인 걸그룹 백가쟁명 시대, 그는 "그들과 좀 더 차별화할 수 있기에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여성적인 면보다 카리스마 있고 거친 느낌의 '치티 치티 뱅뱅'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한 것도 의도적"이라고 덧붙였다. "저만의 특별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사를 여러 곡 썼는데 모두 거부당했어요. 한 곡당 10명의 작사가에게 작사를 맡겨 그 중 하나를 골랐어요. '치티 치티 뱅뱅'은 음반 작업으로 한참 스트레스 받을 때 제가 앉은 자리에서 10분 만에 바로 가사를 써낸 곡이에요. '내 일은 내가 할 테니까 간섭 말아달라'는 심정을 담았는데 대중들에게 '속풀이 송'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는 "카라 멤버들과 2NE1의 산드라 박 등과 술을 먹으며 어울리기도 한다. 충고를 하기보단 밖에 한 발짝도 못나가는 그들에게 일종의 탈출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그들을 부르면 매니저들도 뭐라 못하고 저도 재미가 있다"는 게 후배들을 챙기는 이유.
"요즘 후배들은 미용실에서도 잠만 잘 정도로 자기 생활을 즐기고 느낄 시간이 없는 듯해요. 소속사에서 하라는 대로 움직이다 계약이 끝나면 부모 잃은 아이들처럼 될 테니 미리미리 자립심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무런 준비도 안 했지만 운 좋게 삼아 남았죠. 저는 타고난 체형도 좋은 듯해요. 주량은 소주 1병 반 정도로 아무리 술을 먹어도 살이 잘 안 찌고, 한 달만 노력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니 평소엔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아요."
부모로부터 독립해 5년째 '독거처녀'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밤이 무섭고 외롭다"고 했다. "사랑과 일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없어요. 제 일을 지지해줄 수 있는 같은 계통의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요. 회사까지 차리고 싶진 않지만 후진양성도 하고 싶고요. 해외진출? 전 '내수용'이에요. 연애도 하며 놀고 싶고 가족과 시간도 갖고 싶어요. 가수 하다 안 되면 MC하면 되잖아요. MC, 무시하지 마세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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