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거나, 능력 없거나, 개념 없거나. 요즘 수목드라마 KBS '신데렐라언니', MBC '개인의 취향', SBS '검사프린세스'의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신데렐라언니'의 송은조(문근영)는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준 새아버지의 딸을 미워할 만큼 악에 받쳤고, '개인의 취향'의 박개인(손예진)은 어설픈 경제관념으로 생계의 위기에 처했으며, '검사프린세스'의 검사 마혜리(김소연)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핑계로 검찰청 수련회 대신 명품 경매에 가면서 선배들에게 "개념 없다"는 눈총을 받는다.
신데렐라 대신 '신데렐라 언니'와 신데렐라의 마음은 전혀 이해 못할 '프린세스'가 주인공이 된 수목드라마의 풍경은 변화한 여성의 현실과 판타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과거 드라마 속 신데렐라나 캔디 캐릭터는 가난해도 착하고, 밝고, 근면한 여자가 사랑과 성공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판타지를 대변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의 젊은 여성들은 상당수가 박개인처럼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반대로 마혜리처럼 IQ 164에 아버지가 부유한 '엄친딸'들은 검사 같은 좋은 직업을 얻는다. 그들의 희망은 송은조처럼 밤을 새며 공부하는 것뿐이다.
성공은커녕 취업조차 어려운 '88만원세대'의 여성들에게 부모 덕에 그럭저럭 살았지만 이제 스스로 살아야 하는 박개인은 현실이고, 독하게 공부하는 송은조는 그들의 욕망이다. 또한 돈 걱정 없이 살며 보수적인 검찰에서도 할 말 다하고 사는 마혜리는 대리 만족을 불러일으키는 판타지다.
그래서 세 작품이 선악이나 빈부보다 '민폐'를 캐릭터의 좋고 싫음에 대한 기준으로 삼는 건 흥미롭다. 송은조의 동생이 된 구효선(서우)은 착하긴 하지만 철없는 행동으로 송은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박개인의 오랜 친구 이원호(봉태규)는 평소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책임하게 박개인의 집을 담보로 몰래 사채를 빌려 짜증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검사프린세스'는 사회성 없던 마혜리가 선배 검사 윤세준(한정수)등의 도움으로 점차 조직 생활에 적응하며 자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나 하나도 살기 힘든 이 각박한 시대에 울기만 하는 착한 신데렐라나 혼자서만 열심인 캔디는 필요 없다. 그 사람이 얼마나 착하냐보다 고의든 아니든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 미래는 불안하다. 성공하려면 독하게 살아야 한다. 남 때문에 피해 입는 건 정말 싫다. 그리고 눈치 없는 부자들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현실은 그렇게 신데렐라와 캔디들을 프린세스를 꿈꾸는 신데렐라 언니로 바꿔 놓았다.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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