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20여일 만에 마침내 천안함의 인양이 임박했다. 그 동안 온갖 의혹과 음모론에 휩싸였지만, 예정대로 오늘 함체가 인양되면 침몰원인과 경위가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정작 걱정되는 국면은 지금부터다. 어뢰든 기뢰든, 또 침몰사고가 북한에 의한 것이거나 북의 소행으로 특정하기 쉽지 않든 또 다시 한바탕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막상 실종자들의 상황이 눈으로 확인되면 가족은 물론 국민 전체의 정서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의 격정과 의혹 제기, 억측만으로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단편적 지식이나 추측에 근거해 무분별하게 제기한 의혹으로 이미 NLL 근방에서의 군 작전시스템과 전력 기동, 합동 대응체계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상태다. 군 교리나 작전개념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국가안보의 큰 틀에서 이 엄청난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규명될 원인에 따라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어떠한 대응이 적절하고도 책임 있는 방안인가를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북의 소행이 분명해질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 군사적으로는 어떤 방안이 유효한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충분히 의심은 가지만 북의 소행임을 명백하게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고심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군이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말고 장ㆍ단기적인 국가적 이해를 따져 분명하게 중심을 잡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에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실종 병사들의 안타까운 정황이 눈으로 확인되면 또 한 번 엄청난 충격이 몰아칠 것이다. 당연히 이에 편승한 극단적 주장과 방향 없는 선동이 난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이고 후회 없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시대적 책임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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