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가면 진료과가 너무 복잡해 어느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된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신경과로 가야 할지 신경외과로 가야 할지 헷갈린다. 또 감기에 걸리면 내과로 가야 할지, 감염내과로 가야 할지 난감하다. 게다가 고령인을 위한 노년내과까지 생겨 선택이 더욱 복잡해졌다.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병원마다 진료과를 세분화ㆍ전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인한 진료과 선택의 불편을 줄이려고 진료과를 통합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고령 환자를 위한 '노년내과'도 생겨
많은 병원들이 다른 병원과 차별화하기 위해 진료과를 세분화ㆍ전문화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완화의학과와 비만외과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처음으로 개설된 완화의학과는 암 진단 시점부터 치료 도중이나 완치 후까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여러 가지 증상을 치료ㆍ관리한다. 주로 암 수술 후유증으로 생기는 림프부종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암 재발을 막고, 암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한다.
비만외과는 수술ㆍ비수술 치료를 통해 체중 감량을 돕고, 고혈압ㆍ고지혈증 등 다양한 비만 합병증을 치료한다. 의료진과 전담 간호사, 영양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각 비만지수에 맞는 방법을 활용해 비만을 치료한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고령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ㆍ관리하는 장수의료센터(분당서울대병원)와 노년내과(세브란스병원)를 개설했다. 노인성 질환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애매해 질병인지 노화현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또한 노인병은 3가지 이상의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고령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와 치료 후 관리를 위해 과를 개설했다"며 "전담 주치의를 둬 고령 환자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진료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24시간 통증 전문의가 야간 당직을 서는 신경통증클리닉을 열고, 통증이 심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진통제 주사 등 제한적인 치료밖에 해주지 못하는 다른 병원과 차별화하고 있다. 김찬 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교수는 "우리 병원은 통증을 하나의 '증상'이 아닌 '질병'으로 보고, 신경통증클리닉을 독립된 분야로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정형외과ㆍ신경과ㆍ영상의학과 등이 협진도
반면 복잡한 진료과를 하나로 통합하는 센터가 속속 생기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척추센터를 만들어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학과 등이 협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진료 예약을 척추센터로 할 수 있게 해 환자가 진료과를 택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 이종서 삼성서울병원 척추센터장은 "진료과 선택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과의 협진이 중요하며, 센터 체제와 같은 협진 시스템을 통해 가장 적합한 진료과와 의사가 환자에게 서비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뇌와 신경에 관한 모든 질환을 '원스톱'으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뇌신경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뇌졸중, 뇌종양, 치매, 기억장애, 어지럼증 등 특화된 분야의 진료를 담당하는데 외래와 병실을 공동 운영하는 형태다.
예컨대 뇌졸중 환자가 오면 먼저 영상의학과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판독한다. 그 다음 혈종이나 출혈 등이어서 수술해야 한다면 신경외과에서 맡고, 혈관이 막혔다면 신경과에서 혈전용해제를 주사해 뚫어준다. 치료 후 마비된 팔과 다리를 풀어주는 재활치료는 재활의학과에서 맡는다. 판단이 어렵다면 진료회의를 통해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해 치료방향을 정한다. 김현집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장은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의사들이 함께 회진하고 약물처방이나 수술법을 상의해 결정하는 등 협진이 이뤄지므로 기존 개별 과의 진료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사고로 인해 목뼈가 손상되거나 뇌성마비 등으로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진료를 동시에 봐야 하는 환자를 위해 3개 진료과가 협진하는 경직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장(정형외과 교수)은 "몸이 불편한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고 관련 진료과 전문의가 동시에 환자 상태를 파악해 치료방침을 정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목이 한쪽으로 기우는 사경(斜頸)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는 사경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경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두개골과 얼굴, 척추 등에 변형이 생긴다. 이 센터는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병리과, 의료정보학과, 의과학연구소 의료진이 협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아주대병원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협진 시스템을 갖춘 골관절염 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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