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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이폰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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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이폰을 쓰며

입력
2010.04.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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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몹시 아팠던 날, 남편이 불쑥 선물이라며 검은 박스를 내놓았다. 아이폰이란다. 한 달에 때론 1,000분 이상, 핸드폰 사용량이 무척 많지만 그래도 약정 기간이 남아 있어 몇 개월은 기다릴 참이었다. 답답해서 터치폰은 못 쓴다며 아이폰은 당신 쓰라고 남편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뭔 맘을 먹었는지 핸드폰 값까지 내 주겠다며 굳이 꼭 써보라는 것이다. '다정도 병'이라고 눈을 흘기며 받아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이폰을 쓴지 딱 두 주.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단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어디 갔는지, 뭘 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받고 전한다. 오늘은 이외수 선생이 배우 허장강 선생님은 허씨, 장씨, 강씨 같은 성으로만 이루어진 이름이었다며, 그런 이름을 또 찾아 보란다. 허허.

내가 좋아하는 자우림의 가수 김윤아씨가 새 녹음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영화를 시사하면,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추천할 만한 영화를 올려 주고 있다. 그 뿐인가. 아침에 날씨를 보고 기온을 확인해서 입고 갈 옷을 정하고, 찾아 갈 장소를 모를 때는 핸드폰을 통해 사전 답사를 한다. '증강 현실'과 '소셜 미디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피부로 와 닿지 않던 미래의 용어가 갑자기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애플 제품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얼리 어댑터도 아니고 기계에는 통 관심이 없다. 그런 나를 바꾼 아이폰의 힘.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흥미로운 것은 내가 쓰던 예전 핸드폰에도 메모 기능, 보이스 펜 기능, 날씨를 찾을 수 있는 기능, mp3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다 숨겨져 있고, 찾기 불편했다.

아이폰에서는 그 모든 기능이 그냥 평등하게 표면 위에 배열되어 있다. 모든 기능이 터치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든다. 심지어 컴퓨터를 켜도 터치를 하려고 든다. 기계를 대하는 중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터치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과 접속하고, 그 세상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면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마치 마술 같고, 덧없는 호접몽과도 같다.

미국에서 타블렛 pc, 아이패드 열풍이란다. 국내에서도 1호로 아이패드를 써 본 사람의 감상기부터 온통 아이패드 열풍이다. 우리 기업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터치 기능이 강화된 제품을 내 놓고 있지만 아쉽게도 지금 봐서는 역발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두 주를 쓰고 나니, 아이폰에 어떤 철학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애플사의 CEO 스티븐 잡스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느낀다고나 할까. 터치라는 감수성이 기계문명과 융합할 때의 놀라움, 부가기능과 주기능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없애는 발상의 전환과 기능의 평등성, 온 세상과 네트워킹 하여 집단지성을 만들어 내지 않고는 생존 불가능하다는 협업의 가능성 같은 것들이다.

그러고 보니 이러한 메시지는 과거 스티븐 잡스가 히피 생활을 했고 각종 종교와 철학에 심취한 전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 마디로 철학하는 기계, 인문학적 감수성과 기계문명의 결합, 그리고 세상 온갖 것에 갖는 호기심. 아이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영감은 바로 마음과 두뇌와 지식을 열어서 주고 또 주고, 받고 또 받으라는 것은 아닐까. 아이폰을 쥐고 하는 이 생각 저 생각. 아, 이 생각을 누구와 나누지? 빨리 트위터를 켜야 겠다.

심영섭 영화 평론가·대구 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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