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산세 상습체납자들로부터 세금을 추징하기 위해 그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압류했더니 황금덩어리와 보석장신구 등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한다(한국일보 14일자 10면 보도). 당국이 굳이 개인의 은행금고까지 뒤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수백만~수천만원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해 왔는데, 알고 보니 많은 재산을 갖고 수억원대의 주식투자 등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명의를 친척ㆍ친지들의 이름으로 빼돌려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질 '배째라 족(族)'이 서울시에만 337명이고 그 체납액이 464억원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무일푼'으로 가장하고, 은행의 비밀금고에 고액의 사치품들을 숨겨놓고 있었다. 일부는 비밀금고를 압류한다는 통보만 듣고도 수억원의 체납액을 자진해서 납부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 부천시와 고양시에서도 이런 체납자에 대해 개인 은행금고를 압류한 바 있고, 강원도와 충북도 울산시 등에선 숨겨둔 부동산을 찾아내 공매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이달 초 "상습적 체납자에 대해 특허권과 저작권, 의장권과 상표권 등 무형의 재산권 3만7,450건의 내역을 확보해 실효성 있는 627건(431명ㆍ178억원)을 추려내 압류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엄포에 그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터이다. 이들 역시 무기명채권과 주식을 실제로 소유하고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세금에 관해서만 유독 '무일푼'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재산을 숨겨놓고 불법적으로 탈세를 일삼는 행위는 적은 수입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일반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일종의 '절도 행위'다. 정부의 감세정책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지방세의 체납률이 전국적으로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정도 세금이면 재정 부족으로 올해부터 축소한 저소득층의 희망근로사업을 5년간 실시할 수 있는 예산이다. '배째라 무일푼 족속'들에 대한 추징을 강화할수록 생계를 위협 받는 저소득층에 대해 체납처벌 유예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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