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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한국, 다른 나라보다 재정 건전성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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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한국, 다른 나라보다 재정 건전성 양호"

입력
2010.04.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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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긴 터널을 마침내 벗어났다. 무디스가 14일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전격 상향 조정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환란전인 1997년의 등급 수준을 회복하게 됐다. 특히 리먼 사태 이후 대부분 나라들의 등급이 동결 또는 강등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더 높은 등급을 따냈다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금융계의 신뢰가 그만큼 두터워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디스의 이번 등급조정은 천안함 침몰 사태와 같은 잠재적 ‘코리아 디스카운트’요소가 상존하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해 까다롭다는 무디스조차 지정학적 불안요인 보다는, 한국정부의 위기대응과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실질적 성과에 더 주목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한국 경제가 세계경제 여건 개선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 조치가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세 나라 중 하나였고, 올해도 5% 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 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디스는 “세계 경제 위기에도 정부 국채가 크게 늘지 않고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어 A등급 국가 중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가 2, 3년 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한 중기 재정 전략 역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무디스가 ‘우려 요인’으로 지적한 것은 두 가지, 공기업 부채와 북한 변수는 추가적인 등급상승에 여전히 걸림돌이다. 무디스는 “공기업 부채가 아직은 중앙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지만 수년간 증가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며 “6자회담이 여전히 교착상태에 있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존재하는 등 북한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조정으로 S&P나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 기관의 상향조정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S&P는 환란전 신용등급을 AA-까지 부여했다가 지금은 이보다 두 단계 낮은 A를 유지하고 있고, 97년까지 AA-를 줬던 피치 역시 현재 한 단계 낮은 A+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내릴 때는 같이 내리지만 올릴 때는 제각각이다”면서도 “6월과 8월에 S&P, 피치와 (등급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전망도 밝아졌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상당히 건전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인 만큼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외부자금을 조달할 때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주식이나 채권시장에 외국인자금이 더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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