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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매듭, 현대생활 속으로 돌아오다

입력
2010.04.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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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경기 시흥시 농업기술센터 강의실. 40, 50대 주부 20여 명이 적색, 황색 등 천연 염색을 한 오방색(五方色) ‘끈목’을 길게 잘라 이리저리 묶고 접고, 둥글리고 펴고, 조이고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금세 잠자리 꼰디기(번데기) 매미 병아리 등 다양한 모양의 전통 매듭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모형 진주 장식을 달고 옷핀을 고정시키고 나니 훌륭한 장식용 브로치가 탄생했다.

언뜻 보기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배우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실이 꼬인 방향 그대로 조심스럽게 모양을 만들어야지 이를 거스르면 모양이 뒤틀리기 일쑤다. 또 끈목이 한 올이라도 덜 접히거나 더 조여져도 전혀 다른 모양이 나온다.

한경순 주부는 “처음 배울 때는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고 매듭에 대한 기초 이해도 필요하지만 막상 작품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면 뿌듯함이 느껴진다”며 “버스 안이나 집, 언제 어디서나 만들 수 있어 더욱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100여 년전 조선시대 궁궐이나 사대부 집안에서만 사용해 오던 ‘전통 매듭’이 현대인들의 생활 속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경기 시흥시 농업기술센터는 매주 2시간씩 주부들을 대상으로 전통매듭 보급을 위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매듭이 궁궐의 행사나 궁중악기 장식, 왕과 왕비의 가마, 부채끈(선추), 어가용 편지 꽂이 등 주로 남성을 위해 사용됐다면 현대에 재탄생한 매듭은 휴대폰이나 열쇠고리 장식, 브로치, 예식 목걸이 및 팔찌, 머리핀 등 주로 여성들의 장식에 사용된다.

전통 매듭의 가장 기본인 연꽃 모양의 연봉 매듭에서 시작해 서까래 모양의 도리(도래) 매듭, 생각 잎 모양의 생쪽 매듭, 국화 매듭, 잠자리 매듭, 그리고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나비 매듭에 이르기까지 33종에 이른다. 최근 새로 개발된 것까지 합하면 현재 재현되거나 응용된 전통매듭은 50종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전통 매듭은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중국은 커다란 나무판을 매듭 틀로 정해 만들기 때문에 완성된 매듭의 부피가 크고 강하며 웅장한 느낌이 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형미는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 찻잔 장식 정도로만 사용될 뿐 미적인 감각이 떨어지고 형식도 조잡하다.

이에 반해 한국의 전통 매듭은 꽉 짜여진 전후 좌우의 완벽한 대칭미와 깐깐하게 조인 조임미가 특색이다. 일정한 길이의 끈목을 반으로 접어 시작하는데 다 맺어 놓으면 좌우가 똑같고 앞뒤가 같아 균형미를 갖는다. 모든 매듭이 모양의 가운데에서 시작해 가운데에서 끝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선조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 특히 매미 번데기 장구 병아리 나비 국화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이나 물품들의 모양을 소재로 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현대에는 여기에 구슬이나 금속, 말총(말꼬리 부분의 털) 등을 접목시켜 더욱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달 22일부터는 서울 보성고등학교 청아갤러리에서 전통 매듭을 현대 장식품에 접목한 ‘현대 장신구 전시전’가 열린다. 전통매듭 공예 작가 채주원씨는 “예부터 매듭은 어떤 물품을 마무리 하는 ‘매조지’의 개념을 갖고 있어 단정하고 깔끔해야 하는 궁중 물품에는 매우 폭넓게 사용됐다”며 “한국 고유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만큼 요즘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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