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鳩山) 일본 총리가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국민과 약속한 5월 말 해결을 위해 1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구원’을 청했지만 미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새 이전 후보지 주민의 동의는 물론 미국의 협력을 얻을 가능성까지 낮아지며 민주당에서는 벌써 ‘포스트 하토야마’의 이름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하토야마 총리는 12일 오바마 대통령과 각국 수뇌 만찬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말이 회담이지 식사 중 옆 자리에 앉은 덕분에 10분 동안 이야기 나눈 게 전부다.
하토야마 총리는 회담에서 “미일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후텐마 이전 문제와 관련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5월 말까지 결론 내고 싶다. 대통령에게 협력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제시하는 새 이전 후보지를 가능하다면 수용해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만찬이 끝난 뒤 미일 의견교환과 관련한 미국의 발표에는 이란 핵문제 등만 포함됐을 뿐 ‘후텐마’는 한 줄도 들어있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다 할 대답을 한 게 없다는 얘기다. 기존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미국은 정상대화뿐 아니라 실무협의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본의 제안을 검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전지를 바꾸자면서 해당 지역 주민의 동의도 얻지 못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벼랑 끝’(요미우리) ‘절망적’(아사히)이라며 하토야마 정권의 위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전 최고고문은 최근 후텐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 교체”라며 후임으로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를 거론하는 등 당내에서 벌써 총리 후보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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